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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 갈대밭에서 가을에 취하다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23 16:46

수정 2014.10.23 16:46

충남 서천 한산면 금강변에 위치한 '신성리 갈대밭'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드라마 '추노'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신성리 갈대밭을 찾은 여행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충남 서천 한산면 금강변에 위치한 '신성리 갈대밭'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드라마 '추노'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신성리 갈대밭을 찾은 여행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서천(충남)=강문순 레저전문기자】 충남 서천군, 의외로 떠오르는 게 없어 생소하다. 그렇지만 모시와 소곡주로 유명한 한산군과 장항역을 떠올리면 '아하~'하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서천은 남으로는 군산, 북으로는 보령, 서쪽으로는 부여와 접해 있다. 바다와 산, 들, 강을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도 문을 열어 볼거리가 많다. 갈대밭을 지나 포구의 일몰까지 감상하는 서천으로 가을여행을 떠나보자.

■갈대밭에서 가을에 취하다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의 경계를 이루는 금강 하구, 이곳에 가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서정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다름 아닌 '신성리 갈대밭'. 너비만 해도 200m, 길이는 1.5㎞에 달하는 신성리 갈대밭은 그 면적이 약 330㎢(약 10만평)다.

관람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데크를 따라 걸어가다 보면 영화 'JSA 공동경비구역', TV드라마 '추노'와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이 촬영된 곳임을 알려주는 패널이 이어진다. 사진을 찍고 싶은 이들에겐 포토존이 되어 주는 공간이다.

금강 하구둑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지금의 농경지 전체가 갈대밭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민들은 갈대밭에서 갈대를 꺾어다가 빗자루를 만들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다소 갈대밭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갈대밭의 풍경과 갈대의 군무가 빗자루가 되어 사람들 마음 속 시름도 스르륵 쓸어내는 것 같다.

'일몰과 일출을 한 장소에서 볼 수 있다'는 서면의 마량포구는 가을날의 일몰을 감상하기 가장 좋은 곳이다. 마량포구는 그리 크지 않아 한적한 곳이지만 지형적으로 바다 쪽으로 돌출돼 있어 서해안임에도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일몰 시간이 되면 해안도로부터 관광객들의 차량이 길게 줄을 선다. 낮은 언덕 위에 동백나무 80여그루가 심어져 있어 '마량리 동백나무숲'으로도 유명한 동백정은 물론이고 동백정 앞의 방파제에는 일몰을 보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육지에서 손을 내뻗듯이 길게 바다 쪽으로 나아간 포구에는 서쪽으로 보나 동쪽으로 보나 수평선이 그윽하게 눈에 들어온다. 마치 섬에서 바라보는 듯이 바다로 가라앉는 아련한 해를 보고 나면 하루를 마무리하는 마음에 이불을 덮는 듯 고요함이 밀려든다.

충남 서천 서면 마량포구에서 바라보는 일몰(왼쪽 사진)과 서천의 대표적 특산물인 한산소곡주.
충남 서천 서면 마량포구에서 바라보는 일몰(왼쪽 사진)과 서천의 대표적 특산물인 한산소곡주.


■한산 소곡주·모시 체험도

옛 풍경을 찾아가는 여정도 흥미롭다. 영화 '살인의 추억' 등의 촬영지였던 판교면 사진관과 100년 넘은 양조장, 정미소 등 적산가옥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장항읍의 낡은 풍경도 볼만하다. 특히 하늘 높이 솟은 장항제련소의 공장 굴뚝은 스산한 가을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해준다. 안정심 서천군 문화관광해설사에 따르면 비철금속 제련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장항제련소는 일제강점기인 1936년 금강 하구에 조성됐다. 백제시대 때 외국 군대의 출입이 빈번했던 기벌포가 있던 자리다. 제련의 불꽃이 꺼진 지는 오래지만 여태 일본 자본이 주식 등 공장 소유권의 일부를 갖고 있다고 한다. 열강과의 기벌포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서천엔 이른바 '명당'이 몇 곳 있다. 안 문화관광해설사에 따르면 토정 이지함이 조선 최고의 명당 가운데 하나로 지금의 종천면 일대를 꼽았다고 한다. '부내복종'(府內伏鍾) 터라고 하는데, 정확한 위치는 여태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고려 말 충신인 목은 이색의 묘도 무학대사가 알려준 명당이라고 한다.
한산·기산면 등에 걸쳐 있는 기린산 중턱에 터를 잡았다. 인접한 문헌서원과 함께 둘러볼 만하다.
이 밖에도 1500년 전통의 한산 소곡주와 한산 모시 등의 제조과정을 볼 수 있는 기념관을 둘러보는 것도 의미있는 발걸음이다.

mska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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