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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적십자사 총재와 골든타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23 17:24

수정 2014.10.23 17:24

[기자수첩] 적십자사 총재와 골든타임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각종 안전대책과 경제정책을 두고 정부와 정치권이 상황의 시급함을 강조하면서 쏟아냈던 얘기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개헌 주장에서도 추진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근거로 '골든타임'이라는 수식어가 등장했다.

주요 현안마다 제기되는 골든타임 주장이 남북 관계에도 적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더불어 경색됐던 남북 관계가 최근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 논의와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석방으로 '해빙무드'가 찾아왔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북 민간창구인 대한적십자사 역할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신임 김성주 총재의 인선과 행보에 대한 논란으로 적십자사가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사업 추진의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남북 관계에 있어 적십자사의 역할이 강조되는 시점에 사업 추진의 적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한적십자사는 혈액 관리 등 사회봉사사업과 재난구호 활동, 국제협력 활동 등 정부의 인도주의 사업을 지원하는 기구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인 대북 지원사업도 주관한다. 특히 적십자사 직원들이 가장 자부심을 느끼고 하는 일이 대북 관련사업이라고 한다. 남북 관계가 경색국면을 벗어나고 있다는 전망 속에서 적십자사의 대북 관련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적십자사 안팎에서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안팎의 기대와 달리 새 총재를 맞은 적십자사의 활동은 시작부터 꼬여가고 있다. 23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대한적십자사 국정감사에서도 김 총재의 불출석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국제적십자사연맹 아시아·태평양 지역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국감에 출석할 수 없다고 밝힌 김 총재가 당장 귀국해 국감장에 와야 한다는 요구도 터져나왔다.

이처럼 적십자사 총재로서 본격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정치권의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정치적 상황에 따라 추진해야 할 대북사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생긴다. 국감 일정을 원활하게 조율하지 못한 김 총재와 적십자사의 처신이 비판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총재의 출석을 놓고 설전이 벌어지면서 국감 시작 시간도 늦춰졌다. 소모적 공방 속에 '골든타임'은 정말 흘러가고 있다.
공방이 길어질수록 김 총재의 인사가 출발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꼬리를 물 것이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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