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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추락 어디까지.. 배럴당 70달러 시대 눈앞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23 17:28

수정 2014.10.23 21:39

국제유가 추락 어디까지.. 배럴당 70달러 시대 눈앞

국제유가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80달러 붕괴가 임박했다.

전문가들은 80달러대가 무너지면 70~75달러까지 주저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가 하락은 대부분 석유 생산국보다 소비국에 가까운 선진국과 신흥시장 성장에 보탬이 돼왔지만 최근 세계 경제성장 둔화 조짐과 맞물리면서 경기둔화의 불길한 전조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최근 유가 하락 원인은 수요둔화가 아닌 공급 급증이고, 유가 하락을 근거로 세계 경제전망을 비관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 성장엔진 역할을 하는 미국도 유가 하락이 셰일석유 투자위축을 불러 성장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지만 셰일석유 생산비가 큰 폭으로 떨어져 이 같은 우려는 기우가 될 것이라는 반박이 곧바로 나왔다.


■WTI 80달러 붕괴 '초읽기'

22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비 2.23달러(2.7%) 급락한 배럴당 80.32달러에 마감했다. 2012년 6월 이후 2년 반 만에 최저치다. 연초 100달러를 넘던 유가가 20달러 넘게 폭락했다. 하락폭은 11.6%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북해산 브렌트유 근월물도 런던 석유거래소(ICE) 선물시장에서 1.35달러(1.57%) 내린 84.87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가 시장 예상치 270만배럴을 크게 웃도는 711만배럴 늘었다고 발표한 게 직접 원인이 됐다. 세계 석유수요 둔화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미국 원유 재고 급증은 투자자의 불안심리에 불을 댕겼다.

하지만 JP모간 펀즈의 데이비드 켈리는 미 경제전문 방송 CNBC에서 "유가 하락이 세계 경제 하강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분석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켈리는 "유가 하락은 미국 경제에 긍정적"이라면서 "궁극적으로 주가상승의 배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가 하락의 주된 원인은 수요 감소보다는 북미 지역의 방대한 셰일석유 매장량이라면서 "미국은 막대한 물량으로 석유시장을 휩쓸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이 급증하거나 언제든 큰 폭으로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수요가 급증하지 않는 한 유가가 급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유가가 더 이상 세계 경제의 풍향계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됐다면서 이를 잣대로 삼아 경제상황을 판단한다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흐름 '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은 셰일 석유.가스 붐에 힙입어 지난해 산유량은 4억4000만t을 기록했다. 5억4000만t의 사우디아라비아, 5억2500만t을 기록한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향후 전망도 밝다. 미국 EIA는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미국의 석유부존량이 305억3000만배럴로 2012년 확인량(265억배럴)에 비해 40억배럴 넘게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산유량은 860만배럴에 달한 것으로 추정돼 1986년 7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고, 셰일석유 붐에 힘입어 하루 평균 950만배럴까지 산유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셰일석유를 앞세운 공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정면 대응하고 있는 것도 유가 하락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다. OPEC과 비OPEC, 미국, 러시아 등이 치킨게임(출혈경쟁)에 돌입했다는 의미다. 특히 한국, 일본, 중국 등 3개국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경제정보매체인 톰슨로이터 추산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중국 3개국이 2013년 수입한 원유 가운데 68.23%는 중동산이다.

1975년 이후 에너지보호법을 제정해 원유 수출을 금지했던 미국은 셰일석유 개발로 석유 수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IEA는 이달 월간 보고서에서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하락으로 인한 손해에도 아시아 시장에서 점유율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OPEC 12개 회원국의 지난 9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3066만배럴로 13개월 만에 최대치로 치솟았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는 가격방어를 위한 감산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다음 달 27일 예정된 OPEC회의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을 결정하지 않을 것이 유력시된다.


2위 산유국인 러시아도 유가가 떨어지고 있지만 원유 생산을 늘리는 것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제재로 외부 자금줄도 막혀 있고, 경제성장률도 급락한 터라 석유 판매 수입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유가가 떨어지더라도 산유량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게 러시아의 현실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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