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압도적 수치로 1위에 올라서자 정치권에선 이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양일간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포인트) 반 사무총장은 39.7%의 지지율을 얻으며 1위를 기록했다. 이는 2위부터 8위까지 지지율을 모두 합한 것보다 높은 숫자다. 반 사무총장은 지난 6월 문화일보와 마크로밀엠브레인이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포인트)에서도 22.4%의 지지율로 박원순·문재인·안철수와 같은 대형 잠룡들을 단박에 물리치는 등 여론조사에 이름을 올릴 때마다 줄곧 1위를 차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에선 이를 '안철수 현상'과 연결짓고 있다. 반 사무총장 개인에 대한 높은 평가 및 선호도뿐 아니라 정치권에 대한 염증과 실망이 함께 반영되면서 원외에서 새로운 인물을 찾으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의미다. 실제 차기 대선주자로 각광받는 인사 중 상당수는 원외 사람이다. 잠룡으로 분류됐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선두권으로 치고올라간 계기는 6·4 지방선거다. 지방선거가 현 정권 심판 성격이 강한 데다 서울시장 자리가 대선으로 나아가는 디딤돌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박 시장의 재선은 그가 잠룡군 내 1위로 급부상하는 데 충분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지지율은 낮지만 일각에서 잠룡 중 가장 기대되는 인사로 지목된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원외다.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의 '원조 소장파'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때때로 김무성 대표와도 각을 세우는 등 원외로 나가면서 잠룡으로서 입지가 더욱 두꺼워지는 모양새다. 안 지사와 원 지사 모두 아직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하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차기 잠룡군으로서 이미지 쇄신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정치권에선 원외 잠룡들이 원내로 들어왔을 때 지금과 같은 위력을 발휘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특히 원외에만 머물러있던 인사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되면 현 대권후보 지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단골기준으로 꼽는 병역·자녀·재산 등을 놓고 검증에 들어가면 반 사무총장조차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ys8584@fnnews.com 김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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