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대권 지름길은 원외에 있다?

김영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23 17:37

수정 2014.10.23 17:37

2017 대선을 앞두고 원외에 있는 '잠룡'들이 약진하고 있다. 원내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사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잠룡 입지를 굳히는 데 용이하다는 진단이다. 원외 인사들이 차기 대선주자로 각광받는 데에는 현 정치권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압도적 수치로 1위에 올라서자 정치권에선 이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양일간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포인트) 반 사무총장은 39.7%의 지지율을 얻으며 1위를 기록했다. 이는 2위부터 8위까지 지지율을 모두 합한 것보다 높은 숫자다.
반 사무총장은 지난 6월 문화일보와 마크로밀엠브레인이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포인트)에서도 22.4%의 지지율로 박원순·문재인·안철수와 같은 대형 잠룡들을 단박에 물리치는 등 여론조사에 이름을 올릴 때마다 줄곧 1위를 차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에선 이를 '안철수 현상'과 연결짓고 있다. 반 사무총장 개인에 대한 높은 평가 및 선호도뿐 아니라 정치권에 대한 염증과 실망이 함께 반영되면서 원외에서 새로운 인물을 찾으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의미다. 실제 차기 대선주자로 각광받는 인사 중 상당수는 원외 사람이다. 잠룡으로 분류됐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선두권으로 치고올라간 계기는 6·4 지방선거다. 지방선거가 현 정권 심판 성격이 강한 데다 서울시장 자리가 대선으로 나아가는 디딤돌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박 시장의 재선은 그가 잠룡군 내 1위로 급부상하는 데 충분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지지율은 낮지만 일각에서 잠룡 중 가장 기대되는 인사로 지목된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원외다.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의 '원조 소장파'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때때로 김무성 대표와도 각을 세우는 등 원외로 나가면서 잠룡으로서 입지가 더욱 두꺼워지는 모양새다. 안 지사와 원 지사 모두 아직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하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차기 잠룡군으로서 이미지 쇄신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정치권에선 원외 잠룡들이 원내로 들어왔을 때 지금과 같은 위력을 발휘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특히 원외에만 머물러있던 인사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되면 현 대권후보 지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단골기준으로 꼽는 병역·자녀·재산 등을 놓고 검증에 들어가면 반 사무총장조차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ys8584@fnnews.com 김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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