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꿈쩍않는 대출금리.. 돈이 안돈다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24 18:30

수정 2014.10.24 18:30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대기업 CEO 간담회를 갖고 기업들에게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하고 있다. 사진=서동일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대기업 CEO 간담회를 갖고 기업들에게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하고 있다. 사진=서동일기자

정부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로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있지만 금융권의 대출금리 인하가 지연돼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갖고 기준금리 인하가 기업 투자로 연결됐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바람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가 대기업 CEO들을 만나 이같이 요구한 것은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중에 자금공급을 늘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이 투자를 안하면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무색해진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낮출 때 여러가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한쪽에선 가계부채를 우려했지만 성장의 모멘텀(동력) 불씨를 이어가겠다는 생각으로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반적으로 투자가 부진하다"며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8%대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2000년도만 해도 GDP 대비 투자 비중은 12%대였다. 대기업 CEO들도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이 총재의 발언에 화답했다.

정부와 기업들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협력하는 분위기는 마련됐지만 실질적 자금공급 역할을 하는 시중은행들의 태도 변화에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대기업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하됐지만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금융기관의 문턱이 여전히 높다고 평가한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은행들의 대출태도 지수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은행들의 대기업 대출태도 지수는 전월과 같은 마이너스(-) 3으로 조사됐다.

대출태도지수는 0을 기준으로 -100~100 사이에 분포하며 숫자가 플러스면 대출심사를 완화해 대출을 더 늘리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중은행들은 대기업의 실적 전망 불투명, 비우량 기업에 대한 신용 경계감 등으로 대기업 대출에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가 소폭 상승하고 있지만 대출 증가폭은 주춤하고 있다. 은행권의 중기 대출 증가액은 8월 중 3조5089억원에서 9월 중 2조9674억원으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대기업 대출잔액 역시 지난 6월 1조4000억원, 7월 1000억원 감소했다. 다만 지난 8월에는 5000억원 늘며 소폭 증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가산금리를 소폭 내리거나 오히려 올려 실질적 대출 금리차가 크지 않다"며 "기업들의 자금수혈 역시 예전에 비해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