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시정연설]

'지금의 경제는 위기' 절박감에 대독관행 깨고 직접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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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29일 국회 시정연설은 하반기 경제회복을 위한 협조 요청에 '방점'이 찍혔다. 녹록지 않은 대내외적 경제환경을 '위기'로 진단하고 '최후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된다는 절박감 속에 향후 국정운영 방향의 골격을 제시하면서 나름의 '처방전'을 내놨다.

취임 후 두번째 시정연설로, 당초 총리대독 관행을 깨고 직접 여야 의원들 앞에서 연설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여야 지도부 회동을 통해 공무원연금 개혁 등을 둘러싼 논란으로 '가깝고도 멀었던' 당청 및 대야 관계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소통 강화와 앙금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이다.

■경제살리기 올인

박 대통령은 하반기 경기회복을 통해 내년도 상반기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모멘텀을 마련하는 데 기업, 국민, 정치권이 합심해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쌍끌이 경제지표인 내수와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데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민간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낮은 물가, 가계 저축 및 생산성 하락 등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재정적자를 감내해서라도 투자를 확대해 민간과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경기회복의 마중물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투자확대→고용증대→기업생산성 향상→가계소득 증대→내수회복' 사이클을 회복시켜 꺼져가는 경기회복의 불씨에 다시 온기를 불어넣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회와 정부, 국민과 기업 등 모든 경제 관련 주체들의 희생과 협조, 분발을 요청했다.

확장적 재정을 편성한 새해예산안을 마련하고 민간과 기업의 분발을 촉구하면서 이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면 장기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예산은 최근 우리 경제, 재정여건이 상당히 엄중한 상황에서 과감하고 선제적인 대응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자 부득이 확대 편성한 것"이라며 "반드시 경제를 살리고 다시 반석 위에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거듭 호소

박 대통령은 조직적 저항이 예상되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역대 정권에서 '공심'(公心) 거스르기에 부담을 느껴온 데다 이해주체 간 대립 및 갈등으로 개혁 논의가 용두사미 격으로 끝났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민경제'와 관련된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근본적 처방이 미뤄지면서 이번에도 제대로 된 개혁이 되지 않으면 후손에게 엄청난 빚을 넘겨주고 다음 정부마저 재정파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15조원(현정부)→33조원(차기정부)→53조원(차차기 정부)'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연금재정 부족액을 제시했다. 공무원들의 일방적 희생이 아니라며 이해와 양보를 구했다. 전날 영상 국무회의에 이어 시정연설의 상당부분을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게 박 대통령의 판단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공무원에 대해 '국가를 위해 헌신해오고' '나라의 대들보' '사명감 높이 평가' 등으로 공로를 인정하면서 희생과 양보, 개혁 동참을 직접 호소했다. 내달 1일 공무원 노조의 총파업을 앞두고 국가재정 위험, 공직 혁신의 불가피성 등을 재차 강조하면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당청-대야 관계 재정립 계기

박 대통령은 이날 여야 지도부와 회동, 다양한 국정 현안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1시간가량 짧은 만남이었지만 대면하면서 속내를 교환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초이노믹스'를 비롯해 개헌론 등 민감성 이슈들을 놓고 어색한 기류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진 야당 지도부와의 면담에서도 눈에 띌 만한 성과는 없었지만, 대야 소통강화라는 나름의 성과가 도출됐다는 분석이다.

예산안 법정시한(12월 2일)내 처리 등 15개항의 합의문을 내놓은 것 자체가 비록 청·여·야 간 해법모색의 각론에서 차이가 있더라도 국민 앞에서 서로간의 차이를 줄이면서 '경제살리기'에 협조,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다만 막판 조율 중인 세월호 관련법 협상과정이나 국회 대정부질문, 폭발성을 띤 개헌론 등 앞으로 다양한 현안을 놓고 다시 경색국면이 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박 대통령은 29일 취임 후 두번째 시정연설을 앞두고 이번 새해예산안이 경기회복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용 예산이라는 점을 인식, 두 달 전부터 준비를 하는 등 연설문 작성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연설문안은 박 대통령이 직접 수정과 탈고를 거듭한 끝에 이날 오전에야 최종본이 완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