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홍천 소매곡리를 아십니까

서울에서 6번 국도를 타고 양평을 거쳐 홍천으로 가다보면 소매곡리라는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앞에는 홍천강이 흐르고 뒤로는 금학산 자락이 늘어선 전형적 산골마을이다. 농촌마을이 모두 그렇듯이 이곳도 심각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에 직면해있다. 지난 1983년에는 107가구가 살았으나 30년이 지난 현재 57가구로 줄었다. 마을주민들도 나이가 많아 농사를 짓기보다는 외지인에게 전답을 빌려주고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1998년부터 홍천군에서 추진한 하수처리장과 가축분뇨처리장이 이 마을에 입지하면서 마을은 침체되고 소외돼 갔다. '냄새 나는 마을'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게 됐다. 인근에 홍천온천도 개발되고 맥주공장도 들어섰지만 소매곡리가 활력을 되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던 소매곡리에 올 들어 변화의 새 바람이 일고 있다. 외지에서 6가구가 전입해왔고 연말까지 3가구가 추가로 전입할 예정이다. 아울러 39세 지진수씨가 마을이장으로 추대됐다. 이런 변화의 원동력은 바로 소매곡리가 친환경에너지타운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 5월 친환경에너지타운 시범사업지를 선정해 발표했다. 매립장이나 하수처리장과 같이 기피시설을 활용해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광주광역시, 충북 진천과 함께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곳이 바로 홍천 소매곡리다. 환경부 주관으로 추진 중인 홍천 시범사업은 가축분뇨와 음식물쓰레기를 활용해 도시가스와 퇴비.액비를 생산하고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꽃길 조성과 홍천강 레포츠센터 설립 등 관광인프라 구축도 주요 사업 내용에 포함됐다. 홍천 시범사업은 사업의 전 과정에 지역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지역주민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이전 사업들과 구분된다. 세계 최초의 에너지자립마을로 평가받고 있는 독일 윤데마을의 성공요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가축분뇨를 혐기성 미생물로 소화시켜 메탄가스를 생산하고 이를 도시가스회사에 넘겨주면 도시가스회사가 메탄가스를 정제해 다시 마을에 공급해 준다. 이렇게 되면 가구당 난방.연료비 절감액만 연간 91만원에 달하게 된다. 또한 가축분뇨의 소화 과정에서 나오는 고형물은 퇴비로, 소화액은 액비로 만드는데 이러한 퇴비.액비를 마을의 농경지에 공급하는 것은 물론 퇴비.액비 생산공정을 마을주민이 운영함으로써 일자리 및 소득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마을주민과 도시가스회사, 홍천군이 공동 출자해 340㎾급 태양광발전시설도 설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간 5200만원의 수익도 기대된다. 이 밖에도 그간 임대수익만을 내던 논과 밭에 야생화를 심고 가꾸는 마을운동을 전개, 향후 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홍천 친환경 에너지타운 시범사업이 30일 첫삽을 뜬다. 폐기물이 에너지와 돈이 된다는 소매곡리의 작지만 뜻깊은 실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홍천 시범사업의 착공을 계기로 친환경 에너지타운이 전국으로 확산돼 제2의 새마을운동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