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펫 라이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길고양이 먹이주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30 14:52

수정 2014.10.31 00:00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길고양이 먹이주기

#. 서울 대신동에 사는 김모씨(74)에게 동네 길고양이는 무척이나 불편한 존재다. 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를 헤집어 놓거나 밤중에 울음소리를 내는 일이 너무 많아서다. 김씨는 "동네에 고양이가 너무 많다. 밤길에 불쑥 나타나는 길고양이 때문에 청심환을 먹은 적도 많다"고 말했다.

#. 영어 강사 안은진씨(37)는 과거 신림동에 살던 시절 몇몇 고양이가 항상 자신의 집 앞을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손수 먹이를 마련해줬다. 안씨는 "밤사이 누군가가 그릇을 멀리 치워버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좋은 일 한다'고 말해주는 이웃들이 훨씬 많았다"며 미소 지었다.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도시에는 사람뿐 아니라 다양한 동물이 함께 어울려 산다. 그 대표적인 동물이 바로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에 자주 출몰하는 길고양이다. 일정한 거처 없이 끼니도 제때 해결하지 못하는 길고양이들에게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하나둘씩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이런 이들은 '캣맘' '캣대디'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문제는 길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는 현실이다. 이런 탓에 '길고양이 밥주기'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서로 갈등을 빚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이번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제를 '길고양이 밥주기, 갈등의 씨앗인가 공생의 길인가'로 정해 실태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먹이주기' 찬·반 양론 격돌

지난 28일 서울에서 무작위로 선택해 찾은 중구 신당동, 서대문구 대신동, 관악구 봉천동, 영등포구 문래동의 주택가·아파트 단지 근처에선 어렵지 않게 길고양이들을 볼 수 있었다. 고양이들은 주로 주차된 차량 옆, 주택 담벼락 위, 전신주 근처 등에서 홀로 혹은 두세 마리씩 무리지어 다녔다.

이런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데 대해 주민들의 의견은 긍정과 부정으로 크게 엇갈린다.

대학생 김재창씨(23)는 길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데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김씨는 "어떤 분은 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지만 한두 번 경험을 지나치게 일반화한 것 같다"며 "참치캔 등 간단한 음식을 몇 번 내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유승윤씨(26)의 경우 매일 고양이 먹이를 준비한다. 얼마 전 길고양이 한 마리가 유씨의 집 뒤뜰에서 새끼를 낳으면서부터다. 유씨는 "불쌍한 마음에 끼니를 챙겨주기 시작했다"며 "다른 고양이가 찾아온다거나 하는 일은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고양이 먹이 주기에 반감을 드러내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직장인 최모씨(32)는 "위생 문제도 있을 것 같고 기본적으로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며 "밥을 주면서부터 고양이들이 계속 동네에 모여들고 있다"고 불평했다. 이런 반감의 극단적인 사례로 지난 2012년 인천에서 발생한 폭행사건이 있다. 아파트 단지에서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던 50대 여성에게 불만을 품은 한 이웃주민인 50대 남성이 해당 여성을 때린 뒤 음식물 쓰레기통에 집어넣은 사례다.

■"공존 위해 개체수 조절 필수"

이렇듯 찬성과 반대의 논리가 뚜렷한 '고양이 먹이주기'를 서울시와 동물 관련 단체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서울시 동물보호과와 한국고양이보호협회는 선의의 행동일지라도 단순히 먹이만 주는 것은 실질적인 고양이 보호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길고양이에 대한 의식의 변화와 더불어 실질적 대책인 '중성화 후 방사'(TNR)를 꼽았다.

박선미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대표는 "길고양이도 사실상 도시 생태계의 일원"이라며 "캣맘·캣대디와 다른 시민들이 서로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고양이라는 다른 생명체와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사람과 공존하기 위해선 개체 수 조절이 핵심"이라며 "TNR 없이 먹이만 줄 경우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고양이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후 6개월 이내 생존율이 50% 미만인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만 줘 개체 수가 늘어나도록 방치하는 것은 동물 보호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TNR는 번식력을 제한해 개체 수를 통제하는 수단이 된다.

서울 강동구는 지난해 5월부터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해 다른 자치구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총 47개의 급식소에 자원봉사자들이 먹이와 물을 공급하며 이들을 관리하는 것. '먹이 주기'가 고양이들을 고정된 장소에 모아두는 효과를 보여 TNR 사업도 탄력을 받았다. 결국 월 평균 8.8마리 수준이었던 TNR 시행은 급식소 설치 후 월 평균 21.4마리로 늘어났다.
'공존'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kimjw@fnnews.com 김종욱 기자

■파이낸셜뉴스는 일상생활에서 겪은 불합리한 관행이나 잘못된 문화, 제도 등의 사례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파이낸셜뉴스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fnnewscom?ref=hl) 또는 해당 기자의 e메일로 받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제보를 바랍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