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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생활 곳곳에 박힌 안전불감증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30 18:26

수정 2014.10.30 18:26

[기자수첩] 생활 곳곳에 박힌 안전불감증

지난 주말 처음으로 차 사고를 냈다. 주차장을 빠져나가려고 하다 커브길에서 핸들 조작을 잘못해 벽을 들이받아 차가 찌그러진 것이다. 놀란 마음에 어머니께 전화를 하니 너무도 태연하게 "괜찮아, 서너 번은 더 박아봐야 운전도 느는거야"라는 반응을 보이셨다. 다른 주변사람 역시 마찬가지. 오히려 한 술 더 떠 앞으로 그런 일을 몇 번 더 겪어야 하니 당장 차 수리를 맡기지 말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사람들의 태연한 반응에 한번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면허를 딴 이후에 도로에 나가기 전 내 자신이 스스로 생각할 때 아직은 부족하다 싶어 도로주행을 10시간이나 추가로 더 받았다.
그랬는데도 홀로 운전을 시작하기에는 여전히 운전 실력이 너무도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주변에서 하는 말들은 모두 같다. "일단 도로로 나가라"는 것. 몇 번 사고도 나고 해야 실력이 는다는 통념은 나에게만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그러나 우리나라의 면허 발급이 쉬워 '면허관광'까지 오는 외국인이 생겼다는 것을 보면 내 걱정이 유별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다.

몇 주 전 한강에서 열린 불꽃축제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강 앞 잔디밭에 사람들이 앉았는데 안전요원들은 통로 근처에는 출입을 용이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못 앉게 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결국 불꽃축제가 시작되자 통제됐던 출입구는 어느새 사람들로 가득 찼고 안전요원의 노력은 무색해졌다. 그날은 바람도 많이 불었는데 혹여 불꽃이 잔디로 날아들어 화재라도 나면 어쩌나 보는 내내 불안했다. 걱정이 돼 자꾸 출입구 쪽으로 오는 사람들에게 "여기는 비워두래요"라고 소심하게 말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따가운 눈총뿐. 역시나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라는 스트레스만 받았다.

그러다 얼마 전 접한 외국계 기업의 기자간담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회사는 기자간담회 시작에 앞서 "우리는 안전을 중요시하는 기업"이라고 강조하며 화재 발생 시 이동통로부터 숙지시켰다. 영화관도 아닌데 무슨 오버냐며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오히려 나는 박수를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최근 국가 안전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안전을 예민하게 신경 쓰자면 성가신 사람 취급을 받는 게 현실이다. 시스템 개선에 앞서 뿌리 깊은 안전불감증이야말로 개선되어야 하는 것은 누구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
그렇다면 최소한 안전에 신경 쓰는 사람에게 '유별나다'고 눈총 주는 분위기만이라도 바뀌길 바란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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