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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입주기업들 연쇄 폐업 위기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31 00:02

수정 2014.10.31 00:02

남북 경협의 상징적 공간인 개성공단에서 우리 기업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사실상 폐업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북한 측의 일방적인 폐쇄 조치 등으로 막대한 유·무형의 피해를 본 업체가 상당수에 달하고, 남북관계 경색국면 등으로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폐업절차가 완료되면 연쇄적인 폐업 후유증이 우려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30일 "주식회사 아라모드시계가 어제 개성공단 관리위원회에 해산신고서를 제출했다"며 "관리위를 통해 기업해산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종 폐업절차 완료 시 지난 2009년 6월 이후 두 번째 철수이며, 지난해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 이후로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해당 회사는 시계와 휴대전화 포장용 케이스를 생산하며 북한 근로자 100여명을 고용 중인 소규모 업체로, 공단 입주 기업 자체가 폐업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09년 6월 의류업체 한 곳이 직원 안전과 주문 감소 등을 이유로 철수한 적이 있지만 이 업체는 국내에 다른 사업장을 갖고 있어 경영난 해소 차원에서 개성공단 업체를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근로자들에게는 3개월 평균 임금에 근속 연수를 더한 퇴직금을 지급하게 된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연간 매출액이 적을 때는 30만달러, 많을 때는 70만달러였는데 2012년부터 30만달러 정도로 떨어지면서 경영 지속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아라모드시계는 지난해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 당시 받은 경협보험금 10억원을 반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사정 악화로 주문 물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매출이 감소하는 등 경영난 악화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입주 업체 상당수 역시 남북 관계 악화 등으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폐업 도미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공단 입주기업 중 경영난 등을 이유로 지난해 받은 보험금을 반납하지 않고 있는 업체는 총 18곳에 달하고, 미반납 금액은 460억원가량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남북관계 개선 등 별다른 '호재'가 등장하지 않고 현재의 어려운 대내외적 경제여건이 지속될 경우 제2·제3의 폐업 업체가 등장할 수 있는 상황이다. 비록 1년 전 우여곡절 끝에 공단이 정상 가동됐지만 주문 물량 축소와 매출액 감소 등으로 경영에 많은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데다 다른 지역처럼 국내외 투자를 활발하게 유치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 아닌 점도 입주 업체들의 경영난 가중에 한몫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는 "최근 개성공단 전체의 한 달 생산액이 예년에 비해 소폭 늘었다고 하지만 이는 섬유 업종 등 극소수 기업들만의 매출 증가로 인한 착시 현상"이라며 실제로는 작년 북한 측의 일방적인 폐쇄 조치로 인해 기존 바이어들이 끊기면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고 남측 대기업들의 경영악화까지 겹치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july20@fnnews.com

최영희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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