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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놀란의 마법 '인터스텔라'…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169분

이다해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31 16:13

수정 2014.10.31 16:13

[영화리뷰]놀란의 마법 '인터스텔라'…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169분

집안까지 들이닥치는 황사에 접시는 늘 엎어놔야만 한다. 병충해로 인해 키울 수 있는 작물이라곤 옥수수밖에 남지 않았다. 멀지 않은 미래, 인류가 지구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가운데 한때 우주선 조용사였던 쿠퍼(매튜 매커너히)는 아이들을 키우며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어느 날 쿠퍼는 딸 머피(맥켄지 포이)와 함께 흙먼지 속에서 '지구 밖 그들'의 신호를 따라간 곳에서 폐쇄된 줄 알았던 나사(미국 항공 우주국)의 비밀 프로젝트와 마주하게 된다. 희망을 잃은 지구를 떠나 인류가 살아갈 행성을 찾는 작업이었다. 쿠퍼는 자신을 붙잡는 딸을 뿌리치고 아멜리아(앤 해서웨이)를 비롯한 과학자들과 함께 우주 탐사를 떠난다.


오는 11월 6일 개봉하는 영화 '인터스텔라'는 '메멘토' '다크나이트' '인셉션' 등을 선보이며 할리우드의 '명장'으로 불리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이다. '인셉션'에서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배경으로 펼쳤던 그의 상상력이 이번엔 우주로 옮겨갔다. "인류의 진화의 다음 단계가 무엇일 지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놀란 감독은 세계적인 물리학자 킵 손이 최근 발표한 '웜홀을 통해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1억6000만달러짜리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은 그 어떤 SF영화보다도 사실적으로 그려낸 우주의 압도적인 비주얼이다. 물리학자 킵 손이 직접 제작에 참여했고 공동 각본으로 함께 한 놀란 감독의 동생 조나단 놀란은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4년간 대학에서 상대성 이론을 공부하기도 했다. 가령 스크린을 꽉 채운 행성 앞에 탐사대가 탑승해 있는 우주선은 하나의 빛나는 점으로 표현된다. 어떤 효과음도 없이 몇초간 이어지는 침묵 속에 반딧불 한마리가 유영하는 듯한 미장센은 거대한 우주의 스케일을 확 와닿게 만들면서 관객들을 우주 속으로 데려온다.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기존 SF영화에서 우주선이나 로켓이 굉음을 동반했지만 '인터스텔라'는 끝까지 고요함을 유지한다. 실제 우주에서는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데도 음향효과를 사용하는 것은 사실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완전한 침묵은 냉혹한 우주의 공포감을 고조시키고 폭풍 전야의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도 한다.

웜홀 주변에서 일어나는 '중력 렌즈 현상'은 사실적이라 더 신비롭다. 웜홀을 통과할 방법이나 블랙홀의 원리가 대사를 통해 설명되지만 굳이 귀담아 들을 필요없다. 눈으로 보면 그만이다. 도착한 행성이 살기 적합하지 않아는 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어느 행성에서는 산처럼 높은 파도(실제로 극 중 인물들이 산으로 착각한다)가 달려들고 또다른 행성에서는 구름까지 얼어있다.

놀란 감독은 기본적으로 디지털이 아닌 35㎜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광활한 우주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아이맥스(IMAX)카메라 촬영 방식을 곁들였다. 35㎜필름과 아이맥스, 2D 디지털, 4D 등 다양한 상영방식으로 개봉하며 할리우드 장편영화 중 역대 최대 아이맥스 촬영 장면이 상영될 예정이다.

영화의 메시지는 진부할 수도 있지만 결국 신뢰와 사랑이다. 쿠퍼가 우주선에 오르게 되는 이유부터 인류를 구하겠다는 영웅적 사명이 아닌 아들과 딸의 미래를 위하는 아버지의 사랑이다. 자식들을 뒤로하고 떠나온 쿠퍼가 우주선에서 아이들의 영상 메시지를 보며 오열하는 장면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연료도 부족하고 시간도 촉박한 절체 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아멜리에가 내세우는 것도 과학적 논리보다 아닌 사랑의 이끌림이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유일한 가치는 인간의 사랑이라는 것.

진부한 주제를 말하지만 매튜 매커너히와 앤 헤서웨이의 진정성 있는 연기는 깊은 울림을 준다. 이 밖에도 마이클 케인, 제시카 차스테인, 케이시 애플렉, 토퍼 그레이스, 맷 데이먼 등 최고의 캐스트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상영시간은 무려 169분.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힘에 지루할 틈같은 건 없을테니. 오는 11월 6일 개봉.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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