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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에 듣는다] 美 거시경제전략 새로 짜라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31 18:03

수정 2014.10.31 18:08

[세계 석학에 듣는다] 美 거시경제전략 새로 짜라

나는 거시경제학자이지만 미국 양대 거시경제학파의 이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총수요 확대에 초점을 맞춘 신케인스학파와 세금감면에 방점을 둔 공급주의 학파는 모두 선진국 경제를 최근 수년간의 지속적인 부진에서 끌어올리는 데 실패했다.

거시경제학의 핵심 과제는 사회적 자원이 가장 잘 활용되도록 배분하는 것이다. 일하고자 하는 노동자는 일을 찾을 수 있어야 하고, 공장은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치해야 하며, 소비되지 않고 저축한 소득의 일부는 미래의 삶을 개선하는 데 투자돼야 한다.

신케인스학파와 공급주의자들은 이 과제 해결을 위해 세 번의 기회를 가졌지만 모두 실패했다. 전 세계는 국내와 해외 투자 모두 부족한 상태다.
신케인스학파는 종류에 관계 없이 국내투자 확대를 주장한다. 이들은 초저금리를 통한 주택투자 확대, 소비대출 증권화를 통한 자동차 구매 확대, 단기 부양 프로그램을 통해 언제든 삽을 뜰 준비가 돼 있는 사회기간망(인프라스트럭처) 계획 확대를 시도했다. 투자가 꿈쩍도 않자 이들은 '초과' 저축을 또 다른 흥청망청 소비에 쓰라고 권유했다.

공급주의자들은 이와 반대로 감세 확대와 추가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분명 공공이 아닌)투자 증진을 요구한다. 미국에서 이들은 몇차례 이를 시도한 적이 있고, 가장 최근에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에 추진했다. 불행히도 규제 완화는 지속적이면서 생산적인 민간투자 붐이 아니라 단명에 그친 주택 거품을 불렀다.

공급주의와 신케인스학파가 번갈아 정책을 맡았지만 최근 수년간 대부분 최고 부자나라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 비중은 지속적으로 심각하게 줄고 있다.

신케인스학파나 공급주의 모두 이처럼 지속적인 투자지출 감소를 되돌리는 진정한 해결방안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투자 확대, 특히 심각한 공해와 에너지집약적이며, 탄소배출이 많은 경제를 효율적 자연자원 이용과 저탄소 에너지 자원 전환에 기초한 지속 가능한 경제로 시급히 방향을 틀어야 한다. 이런 투자는 공공과 민간부문이 서로 보완하며 이뤄져야 한다. 필요한 투자분야로는 대규모 태양·풍력 발전소 설치, 공공(버스·열차)과 민간(자동차) 양 부문의 전기차 도입 확대, 에너지 효율 건물, 장거리 전력 운송을 위한 전력망 확충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런 투자가 시급한 바로 이때 미국과 유럽의 공공부문 투자는 정말로 '파업' 상태다. 정부는 균형재정이란 이름으로 공공투자를 줄이고 있고 민간부문은 공공 규제 전력망, 책임규정, 가격책정 구조, 국가 에너지정책의 불확실성과 이견이 걸림돌이 되면서 활발하고 안정적인 대체에너지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신케인스학파나 공급주의 모두 투자마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신케인스학파는 투자회복에 필요한 정교한 국가정책 입안 압력을 높이기보다는 (제로 금리와 부양책이라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공급주의는 정부지출이 줄면 민간 부문이 마법처럼 부족분을 메꿀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으로 공공투자를 줄이게 했고, 그 결국 민간투자도 위축됐다.

국내 저축은 대체에너지 등에 투자해야 한다. 해외투자도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아프리카 저소득국들이 미국으로부터 새 전력설비를 사들일 수 있도록 대출해줘도 된다.

거시경제학자들은 중국과 일본에 소비를 늘리라고 권고하기보다 이들의 자본을 해외투자로 활용토록 부추겨야 한다.

우리 세대가 당면한 최대 과제는 탄소 기반의 더러운 에너지 시스템과 인프라를 깨끗하고 스마트하며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다. 지속가능 경제에 대한 투자는 우리의 웰빙을 극적으로 개선하고, 우리의 '초과' 저축을 매우 올바른 목표에 사용하도록 해줄 것이다.


이는 거저 되는 게 아니다. 장기 공공투자 전략, 환경계획, 기술 로드맵, 공공·민간 협력, 지속가능 기술, 국제협력 확대 등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건강과 번영을 위한 새로운 거시경제학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 소장

정리=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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