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밝힌 모뉴엘의 사기수법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이 회사는 주력상품인 홈시어터(HT)PC 재고가 쌓이자 대당 8000~2만원인 제품을 250만원 상당에 수출한 것으로 조작하고 은행에 허위수출 채권을 매각해 자금을 유용했다는 것이다. 또 홍콩에 공장이 있는 것처럼 꾸며 허위수출입을 반복하고 허위매출의 76%를 해외에서 발생시켜 당국의 감시망을 피했다. 모뉴엘의 자회사이자 코스닥 등록회사인 잘만테크도 같은 수법으로 928억원을 위장수출했다.
위장수출 규모도 놀랍지만 단순하고도 대담한 사기수법은 더욱 놀랍다. 모뉴엘 수출의 대부분은 허위였던 셈이다. 수출입은행이 선정한 히든챔피언이 사실은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업사기꾼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자금을 지원했던 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 금융권은 물론 금융당국, 세정당국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6년간 무려 3300회에 걸쳐 서류조작을 하는 동안 모두가 두 눈 멀뚱히 뜨고 당한 꼴이다. 기업에 대한 심사·감시 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관세청도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지난 8월에야 제보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2년 전 모뉴엘에 대한 세무조사를 했으나 150억원의 세금 추징만 했을 뿐이다.
앞으로 제2, 제3의 모뉴엘이 속속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근혜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창조경제'를 내건 이후 벤처·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강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기술금융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금융권의 기업에 대한 스크린이 당연히 느슨해질 것이다. 이를 악용하는 기업이 왜 없겠는가.
모뉴엘 사건은 곧 검찰로 넘어간다. 위장수출이 아닌 다른 금융조달 사기수법이 튀어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검찰은 모뉴엘의 비리뿐 아니라 금융·행정상 난맥상에 대해서도 진상을 철저히 밝혀주기 바란다. 기업지원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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