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엔저 다시 '가속페달' 한국 車·조선 경쟁력 '감속'

이승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31 18:20

수정 2014.10.31 18:20

엔저 다시 '가속페달' 한국 車·조선 경쟁력 '감속'

일본발 불확실성이 경제 전반에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일본은행(BOJ)이 10월 31일 전격적으로 추가 금융완화를 결정하자 금융·산업계 등이 술렁이고 있다. 당장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금융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전자, 자동차, 조선 등 산업계는 향후 대일 경쟁력에 어떤 파장을 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양적완화로 엔저가 우려된다"며 "미국 양적완화 종료와 일본의 양적완화 확대 등 각국 통화정책 차이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것 같다"고 밝혔다.

■日 추가 금융완화 결정

BOJ는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시중 자금 공급량을 지금보다 10조∼20조엔 늘리는 추가 금융완화를 결정했다.
BOJ의 이 같은 결정은 저인플레이션을 벗어나기 위한 정책 대응으로 분석된다. 물가 상승률 목표인 2%를 달성하고 소비세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것이다.

세부 정책은 1년간 매입하는 자산을 현재의 약 60조∼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늘려 자금 공급량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또 1년간 매입하는 장기국채 금액을 현재의 약 50조엔에서 80조엔으로 늘리고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신탁(REIT) 연간 매입액을 각각 현재의 3배로 확대한다.

BOJ는 '물가 2% 상승' 목표를 가능한 한 조기에 실현하기 위해 그동안 과감한 '양적.질적 금융완화' 조치를 단행했었다. 하지만 소비세 인상 영향을 제외한 일본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에는 1.5%에 달했지만 9월에는 1.0%로 둔화되는 등 2% 물가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에 따라 환율 변동 등 국내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이날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0원 급등한 달러당 1068.5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월말을 맞은 수출업체들의 달러화 매도 물량이 집중돼 전날보다 소폭 하락한 달러당 1052∼1053원대에서 거래되다가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확대 결정에 따라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가 하락(달러화 강세, 엔화 약세)하자 원화 가치도 여기에 연동돼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일본이 지난 4월 소비세를 인상한 뒤 경제가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하면서 추가적인 완화정책 가능성은 나오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내년 소비세 추가 인상을 위한 가계소득 증대 측면에서 환율 정책을 통한 수출기업 이익 확대가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난 2012년 말 처음 아베노믹스를 실시할 때와 같은 급격한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의 명분이 되면서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계, 대일 경쟁력 예의주시

국내 연관 산업계는 대일 경쟁력 약화를 걱정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동차업종은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로 단기 경쟁력 측면에서 간접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양적완화로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 해외시장에서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에 따라 자동차 가격을 내릴 수는 없지만 엔저로 마케팅 비용 부담이 줄어 일본 기업들이 각국에서 판촉활동을 강화하거나 딜러 마진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계는 수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엔저가 심화되면 조선업계가 한.중 양강체제에서 한.중.일 3강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 기술은 한국과 일본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일본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며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일본의 수주경쟁력이 한국에 앞서게 된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국내 전자소재 업계에는 '양날의 칼'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정보전자소재 사업 주력인 편광판의 기초 원료를 일본에서 수입 시 엔화로 결제해 엔저가 단기적으로는 원가경쟁력에 긍정적일 수 있다.

반면 엔저 기조가 길어지면 중장기적으로 일본기업과 글로벌 시장에서 각축 중인 편광판이나 배터리 분야는 가격경쟁력 약화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해외생산 확대, 수출경쟁력 강화 등으로 인해 환율변동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일본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품목들은 엔저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김영권 이승환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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