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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농업의 새로운 가치 찾기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09 16:56

수정 2014.11.09 16:56

[차관칼럼] 농업의 새로운 가치 찾기

사람은 사물에 대해 가치를 매긴다. 기원전 450년 그리스 철학자 프로타고라스는 "측정이 곧 인간이다"라고 설파했다. 가치는 의사결정의 근거이며 예측 가능성의 바탕이 된다. 우리는 농업에 얼마만큼의 가치를 매길까? 농업인, 정부, 일반인, 전문가가 서로 조금씩 다를 것이다. 중요한 점은 서로가 그 가치에 대해 공감을 해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농업의 가치는 외부의 시각에 의해 결정된다.


농업계에서는 저평가된 농업·농촌의 가치를 지적해왔다. 농업 발전을 위해서 농업인에게 다원적 가치를 생산한 대가를 지불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클 마이넬리는 저서 '무엇이 가격을 결정하는가?'에서 "사람들이 정확한 가치를 인식하도록 유도하고 싶은 사람은 그 가치를 인식시키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농업의 다원적 가치, 숨은 공로를 몰라준다고 서운해하기보다는 무슨 가치를 어떻게 전달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2013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해 국민의 인식을 조사했다. 조사에 응답한 대부분의 참여자는 공익적 가치가 있다고 했으며 가치가 없다는 응답은 1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농업분야 부담금 지불의사는 점차 하락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가치 창출로 국민의 시선을 다시 붙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농업·농촌의 전통적 가치인 안전한 농식품의 안정적 공급 이외의 다른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정부가 주목하는 것이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이다. 우리 농업이 젊은이들이 찾아오고 자본이 모여드는 미래 성장산업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정보기술(IT)·생명공학기술(BT) 등 첨단기술로 부가가치를 더하고 2·3차 산업과 융복합되는 창조농업,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수출농업을 실현하는 것이다.

변화는 외부에서 시작될 수 있다. 농업 내부의 한정된 역량이나 정부지원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창조농업으로 도약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런 점에서 기술과 자본, 경영능력, 마케팅, 연구개발(R&D), 네트워크를 갖춘 기업역량을 농업부문이 활용할 수 있다면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우리 농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기업에도 종자 등 농자재산업, 고부가가치 식품, 유통부문 등 더 넓은 영역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

정부는 기업과 농업이 상생 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확산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농업과 기업의 협력을 가로막는 오해와 불신을 털어내고 불공정거래 관행이나 규제 개선, 공동프로젝트에 대한 R&D 투자 등을 지원할 것이다.

인문경제학자들은 혁신, 시장, 기업 및 상인에 대한 영국인의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산업혁명이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농업도 마찬가지다. 농업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사회적으로 더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이런 에너지들이 농업 성장의 동력이 될 것이다. 농업 대전환의 단초이다.

11월 11일은 올해로 제19회를 맞는 농업인의 날이다.
땀과 정성으로 먹거리를 키우고 농촌을 지켜온 농업인을 격려하면서 국민과 더불어 농업·농촌의 가치를 되새기는 날이다. 올해는 국민과 접점을 확대해 농업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쓸 예정이다.
정부는 농업의 가치가 결국 외부 시각에 의해 정해진다는 점에 유념해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여인홍 농림축산식품부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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