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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의원님들, 안녕하십니까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14 17:32

수정 2014.11.14 17:32

[여의도에서] 의원님들, 안녕하십니까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의 한 중앙부처 사무실. 점심식사 후 일과시간이 한창인데도 넓은 사무실은 몇몇 공무원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빈자리가 수두룩했다. 특히 이날은 수능 한파까지 더해져 사무실이 더욱 썰렁하게 느껴졌다.

"다들 어디 가셨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자리에 앉아있던 한 공무원은 "예산 따러 서울 갔죠"라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국회 예산심사 시즌이라 장차관이나 실·국장, 심지어 과장들까지 모두 국회로 달려간 것이다. 나라살림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거나 삭감된 예산을 국회 심사 과정에서 각종 지연, 학연, 인연 등을 통해 살포시 밀어넣기 위해 세종청사 입주 공무원의 '이중생활'이 또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비단 예산철뿐이랴.

지난달 끝난 국정감사에서도 공무원들의 서울생활은 여전히 반복됐다.
일부 소관 위원회별로 세종청사에서 국감을 하기도 했지만 이도 위원회별로 단 하루 정도뿐이었다.

국회의 각종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 예산심사 그리고 때때로 여의도로 불려가는 공무원들의 모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음 달이면 3단계 이전으로 세종청사가 완벽한 외모를 갖추게 되지만 그 내면은 여러 이유로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비효율성 때문에 '반쪽짜리 세종청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앙부처의 한 고위 공무원은 "국회가 세종청사로 내려오는 것은 대통령 다음이 될 것"이라는 말로 의원들의 무거운 발걸음을 대신 표현했다.

이번 국감에서도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공무원들이 길에 뿌린 돈이 또 도마에 올랐다.

국무조정실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에 터를 잡고 있는 13개 중앙부처 공무원이 올 상반기에만 정부서울청사, 정부과천청사, 국회 등으로 출장가기 위해 지출한 돈이 76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를 토대로 한 여당 의원은 세종청사 공무원들이 올 한 해 서울과 세종을 오가면서 쓴 돈이 1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그 돈의 대부분을 의원님들 때문에 쓴 것이라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다음 달 세종청사는 국세청을 비롯해 법제처, 국민권익위원회, 소방방재청(직제 확정 후 이전계획 수립)을 추가로 맞이한다.

이렇게 되면 세종청사에는 37개 중앙부처 공무원, 1만3000여명이 근무하게 된다.

국회 등의 업무 때문에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비효율성이 그대로 남아 있을 경우 내년 국감에선 공무원의 출장비가 "왜 이렇게 많으냐"며 '또 다른 비효율성'을 호통치는 의원님들이 많아질 것임이 뻔히 예상된다.


과장급의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사무관 등 나이가 젊고 아이들이 어린 공무원들은 세종시에 주거지도 옮기고 막 적응을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과장을 달고, 국장을 달면 다시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생활을 해야 할 텐데 그때쯤이면 다시 서울로 주거지를 옮기는 현상이 비일비재할 것 같다"며 걱정했다.


이젠 정부 간의 비효율성뿐만 아니라 정부와 입법부 간 비효율성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bada@fnnews.com 김승호 정치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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