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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케아 논란과 가구업계의 현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20 17:26

수정 2014.11.20 17:26

[기자수첩] 이케아 논란과 가구업계의 현실

다음 달 본격적으로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이케아가 휘청거리고 있다.

그동안 이케아는 동반성장 외면, 시급 부풀리기, 가격 뻥튀기 논란 등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광명 1호점 개장 준비에 몰두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인의 '역린'을 건드린 일본해 표기 논란에는 진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19일 한창 마무리 공사 중인 광명점에서 연 기자간담회가 그 증거다. 이날 이케아 관계자들은 창립 이래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매장을 언론에 공개한 사례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같이 이케아의 곤혹스러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내 가구업체들이 미소를 띠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일부 소비자의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목소리까지 나오니 걱정이 쌓여가던 가구업계는 화색이 돌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이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날 간담회에 나선 이케아 관계자들의 표정은 평온했다. 가격정책과 각종 논란에 대해 설명하는 책임자들의 얼굴엔 오히려 자신감이 보였다.

그동안 해외여행객이나 유학생 등 이미 이케아 제품을 사용한 경험자층이 두껍게 형성됐다는 점, 한국 가구업체에 대한 염증으로 소비자가 이케아에 큰 기대감을 걸고 있다는 점 등을 이미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스칸디나비안 스타일 인테리어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이케아코리아의 앤드루 존슨 세일즈매니저는 간담회에서 "80여가구의 한국 가정을 실제 방문한 결과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을 선호하고, 한국 가구와 홈퍼니싱 제품 가격이 비싸다는 점을 파악했다"면서 "우수한 디자인의 기능성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국 시장의 현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공략할 소비자 계층까지 정확히 설정한 것이다.

이케아는 '불경기에 잘 팔리는 넥타이·립스틱'과 같다. 전셋값과 대출금에 허덕이는 신혼부부와 하우스푸어에게 이케아 제품은 저렴한 가격으로 이국적 집안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매력적 존재인 것이다.


국내 가구 기업들이 가격, 품질, 디자인, 사후관리(AS) 등을 혁신하지 못한 채 낡은 사업방식만 고집한다면 등 돌린 소비자의 관심을 되찾을 수 없다. 특히 가구를 처음 구매하는 20~30대의 외면은 장기적으로 뼈아픈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국내 대형 가구사와 중소업체를 포함한 전체 가구업계는 이케아의 악재가 자신들의 호재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lionking@fnnews.com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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