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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NEWS] 장관님, 구직단념자를 아십니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23 17:14

수정 2014.11.23 21:56

‘구직단념자의 절규’ 실질 실업률 10%.. 쏟아지는 고용대책 전혀 도움 안돼
취직 위해 2년간 뛰어다녔지만 계속 낙방.. 정부 제공 취업정보도 현실과 동떨어져, 취업박람회는 행사 위한 행사에 머물러

[이슈&NEWS] 장관님, 구직단념자를 아십니까?

장관님, 구직단념자를 아십니까.

통계청에서 매월 발표하는 '고용동향'이라는 자료를 보면 구직단념자는 최근 1년 내 구직 경험이 있었고, 취업의사와 능력은 있으나 '노동시장적 사유'로 최근 한 달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저는 소위 명문대를 졸업한 구직단념자입니다. 취직을 위해 지난 2년의 기간 동안 참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외국어 시험 점수와 자격증은 기본이고 컴퓨터나 한자 자격증도 땄습니다. 이 가운데 나를 위한 공부는 없었습니다. 다들 취업을 위해 준비한다니깐 공부해야 되는 이유도 모르고 그냥 한 것입니다.



한다고 했지만 취업시장에서 제 상황은 악화만 됐습니다. 처음에는 최종면접까지 가던 것이 1~2년 지나니깐 서류단계에서부터 낙방했습니다. 무엇이 부족한지 모르겠는데 자꾸 떨어지면서 저는 그렇게 구직단념자가 됐습니다. 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지난해 구직단념자 수는 17만2000명으로 2010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올해엔 1.4분기 28만명→2.4분기 39만9000명→3.4분기 45만7000명 등으로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구직단념자는 쉽게 말해 실업자 개인적 무능이 아니고 사회적 이유라는 것을 최근 기사에 나온 실질 실업률이라는 말로 알게 됐습니다.



[이슈&NEWS] 장관님, 구직단념자를 아십니까?

지난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싶은 노동자와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을 원하는 사람'은 10.1%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 공식 실업률인 3.2%보다 6.9%포인트나 높습니다. 정부의 이야기처럼 100명 중 3명 정도만이 실업자가 되는 사회라면 실업자는 개인적 무능이 이유일 수 있지만 10명 중 1명이 실업자가 되는 사회라면 분명히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질 실업률 10.1% 시대에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위해 정부가 제시한 것은 '고용률 70% 로드맵'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에 고용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70%로 올리겠다는 공약입니다. 이 중 청년층을 위해 제시된 방안은 △스펙을 초월한 채용시스템 구축 △근로장학금 지원 확대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등입니다.

청년 실업 문제로 지적된 노동시장 진입연령 상승과 청년·중소기업 간 미스매치를 해소시킨다는 취지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정책은 희망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과 학습을 연계시키기 위한 근로장학금 제도 등 대부분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실업계 고등학교 재학생 혹은 졸업자를 위한 대책입니다. 50만명에 달하는 대졸자에 대한 방안은 없습니다. '스펙 초월 채용시스템'은 그 용어만으로도 공허함이 밀려옵니다. 일자리 미스매치 방안이라는 '청년친화적' 근무환경은 또 무슨 의미인지요.

오히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확한 취업 정보입니다.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는 '사람인'이나 '잡코리아' 같은 구직 사이트, 구직 카페와 차별되지도 않습니다. 취업자들은 정부 대책보다는 삼성의 고용 정책을 바라보는 게 현실입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은 취업정보는 거리감 느껴지는 웅변학원이나 고액의 논술스터디 혹은 면접과외를 받아야만 한다는 것들입니다. 이름이 화려한 기업을 모아 1년에 몇 번씩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취업박람회는 치열한 고민 없이 행사를 위한 행사를 치르기 급급해 보입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다양한 고용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저는 우리나라의 고용대책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명확한 대책이 존재했다면 '인구론'(인문계 졸업생의 90%는 논다), '돌취생'(입사 후 다시 취업준비생으로 돌아온 사람), '열정페이'(무급 또는 아주 적은 월급을 주면서 취업준비생을 착취하는 행태)와 같은 유행어는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수많은 고용대책이 나왔음에도 수용자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면 정부에서도 다시 한 번 대책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저는 아직 취업을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취직해서 좋은 상사 만나고 많이 배워 사회적 존재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문제는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봤지만 아무런 변화 없이 백수생활이 익숙해져만 간다는 사실입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박소연 기자



본 기사는 구직단념자와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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