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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저성장 시대의 행복 프레임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24 16:55

수정 2014.11.24 16:55

[fn논단] 저성장 시대의 행복 프레임

'핑크대왕 퍼시'라는 동화가 있다. 핑크색을 너무나 좋아하는 퍼시 왕은 자신의 옷뿐만 아니라 모든 물건을 핑크색으로 갖춰놓고 살았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성은 물론 음식까지도 핑크 일색이었다. 하지만 왕은 여전히 불만족스러웠다. 아직도 세상에 핑크가 아닌 것이 많기 때문이다. 어느 날 왕은 성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세상에 핑크를 더 퍼뜨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
왕은 백성에게 핑크색 옷만 입도록 명령해 백성들은 불편했지만 모두 핑크색 옷만 입었다. 왕은 그것도 모자라 백성들의 집과 모든 건물을 핑크색으로 칠하도록 했고 모든 나무와 풀, 꽃, 동물들도 핑크색으로 염색하도록 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핑크로 변한 듯 보였다.

하지만 단 한 곳은 핑크색으로 바꿀 수가 없었다. 바로 하늘이었다. 푸른 하늘을 핑크색으로 바꾸는 건 불가능했다. 왕은 스승에게 찾아가 묘책을 세워달라고 했다. 스승은 며칠 동안 고심한 끝에 마침내 하늘을 핑크색으로 바꾸어 놓았다. 바로 핑크색 안경이었다. 그 이후로 왕은 핑크색 안경을 낀 덕분에 모든 세상이 핑크색으로 보였고 행복하게 살았다. 백성들도 더 이상 핑크색 옷을 입지 않아도 되고 동물들도 핑크색으로 염색하지 않아도 됐다.

최인철 서울대 교수는 세상을 보는 마음의 창을 '프레임(Frame)'으로 정의했다. 그는 각자가 색깔만 다를 뿐 프레임이라는 마음의 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세상에 대해 말하는 것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미국으로 이민 가서 살다가 오랜만에 고국을 방문한 지인과 며칠 전 차를 한 잔 마시게 됐다. 우리는 계속 살아왔기 때문에 잘 느끼지 못하지만 그는 고국을 방문할 때마다 놀란다고 한다. 마치 천지개벽을 하듯 부쩍부쩍 발전하는 모습 때문이란다. 그는 이제 미국에서 제법 돈도 모았지만 고국에 돌아올 엄두가 좀처럼 나지 않는다고 했다. 떠날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경제 수준이나 물가 등을 감안하면 결정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짧은 기간 이룩한 우리 경제의 발전을 따져보면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 지난 1960년부터 2013년까지 우리나라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무려 36.3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세계 GDP가 7.1배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준이며 세계 어느 국가도 역사상 이루지 못한 비약적 발전이다. 결국 오래 전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떠났던 그가 이제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다시 돌아오고 싶어하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체제로 진입하고 있다. 이제는 고성장 시대처럼 돈을 많이 벌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과거와 달라진 환경 때문에 여기저기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환경 변화는 단순히 한두 해에 그칠 성질이 아니다. 돌아보면 우리나라는 정말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려왔다.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하기보다는 이제 우리가 가진 마음의 프레임을 바꾸어야 할 때다. '즉문즉설(則問則說)'을 통해 대안적 삶을 이야기하는 법륜 스님은 "내 행복과 불행은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며 행복도 내가 만들고 불행도 내가 만든다"고 말했다.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성취하려고 하기보다는 이미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저성장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는 '행복 프레임'이 아닐까 한다.

차문현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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