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사혁신처 어깨가 무겁다

정부가 '○+피아'라는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며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퇴직 공직자의 민간기업 재취업 여부를 심사하는 자리를 민간 전문가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계획은 이렇다. 새로 출범한 인사혁신처의 국.과장급 3개 직위를 포함해 모두 10개 자리에 인재정보기획관, 인재정보담당관, 취업심사과장, 광고전문가, 언론전문가, 변호사, 회계사, 인재조사전문가 등을 앉혀 '공직자끼리 나눠먹는 문화'를 차단할 방침이다. 여기서 국장급인 인재정보기획관은 사회 각계각층에서 공직 후보자를 발굴해 정무직인 장차관 임용을 지원한다. 인재정보담당관은 말 그대로 인재를 찾아서 데이터베이스를 마련하고 취업심사과장은 민간기업에 취업하는 공직자가 발생할 경우 업무 연관성 등을 심사,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실무를 총괄한다.

민간인이 이 직위를 가지면 다양한 관점과 기준으로 인재풀을 꾸려 공직 후보자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청사진이다. 또 '○+피아'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공직 영역을 아예 민간에 넘김으로써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꿈이 현실이 되려면 인재정보기획관이나 인재정보담당관, 취업심사과장에 바른 사람을 앉혀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인물 각각의 면면을 치열하게 살펴본 후 정치권 등의 압력 혹은 로비에 굴하지 않고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반대로 정치에 뜻을 두고 있거나 향후 고위공직자 직함을 노리는 인물이면 곤란하다. 이렇게 되면 인사혁신처 자체가 또 다른 권력의 중심이 되거나 힘에 기생하는 '시녀'로 전락할 수도 있다. 물론 인사혁신을 시작도 하기 전부터 부정적 단어를 던질 생각은 없다. '○+피아'를 타개하려는 정부의 노력도 인정한다.

하지만 공직자들의 '그들만의 리그'는 어제오늘 생긴 것이 아니다. 이 나라 정부가 출범한 이후부터 부지불식간에 공직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병폐였다.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수면으로 떠오르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혁신처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단순히 '○+피아' 논란 해소가 아니라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수십년간 공직사회를 지배해온 문화를 뿌리부터 바꿔야 해서다.

세월호 침몰 참사는 일순간 실수가 아니었다. 제2의, 제3의 사고 방지는 어쩌면 문제의 근원인 '낙하산'을 없애려는 인사혁신처의 의지에 달려 있을 수도 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