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민주당을 허하라

새정치민주연합이 집안 간판 문제를 놓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올해 초 기존 민주당 간판을 내리고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새출발했지만 사석에서는 민주당으로 칭하는 게 대세다.

최근엔 집권당인 새누리당 중진급 의원이 브리핑을 하는 도중에 새정치민주연합을 민주당으로 언급한 뒤 수정 없이 이내 글을 읽어내려가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실명'이고 새정치민주연합은 '가명'으로 전락한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민주당으로 개명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구태정치를 털고 혁신을 하겠다며 바꾼 이름을 헌신짝 버리듯 돌아설 경우 '도로 민주당'이라는 비난을 받을까봐 두려워서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8일 관훈토론에서 "속내는 민주당 당명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면서도 "그러나 어느 순간 '도로 민주당'이라는 말할 수 없는 슬픔이 있다"고 언급한 데서도 이 같은 고민이 깔려 있다. 박지원 의원도 "새정치민주연합이라고 당명은 써놓고 민주당으로 읽고 있다"며 최근 분위기를 꼬집었다.

그러나 사실상 민주당으로 인지되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는 게 딜레마다.

제1야당을 표방했던 민주당은 오랜 세월 수많은 분당과 합당 과정을 겪으면서 당명도 수차례 바뀌었다. 이 같은 굴곡의 역사를 거치는 과정에 결국 정반합을 통해 민주당으로 수렴해왔다. 역사의 어느 순간에 민주당의 한계가 노출되면서 새로운 실험정당으로 탈바꿈했다가 다시 민주당으로 회귀했던 것이다. 이 같은 시행착오를 거쳐 성장한 게 바로 민주당이다. 이런 관점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불임정당으로 전락했던 민주당의 새 활로를 열기 위해 탄생한 실험정당으로 볼 수 있다. 실험정당의 역할이 마무리되면 역시 민주당으로 회귀하지 않을까 싶다.

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꿨다가 괜히 '도로 민주당'이라고 비난받을 것을 우려하는 것도 굴절된 사고방식일 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표방하는 당의 가치가 기존 민주당에 비해 얼마나 혁신적 면모를 보이고 있는지 설득력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도로 민주당'을 두려워한다면 차라리 새정치민주연합 외에 새로운 제3의 정당 출범을 기대하는 게 맞다. 사실상 보수와 진보 가치를 내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양당 구도가 한국 정당정치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민주당이 표방해온 가치를 기반으로 외연을 확장하든가 아니면 아예 새로운 가치를 표방하는 제3정당이 출범해 다당제 구도를 그리는 게 맞다는 뜻이다. 물론 선거 성패를 고려한다면 이 같은 논리는 이상에 가까울 뿐이다. 그렇다고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차기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하는 전문가도 그리 많지 않다.

분열과 통합의 과정을 거쳐 켜켜이 쌓아온 민주당의 고유한 가치를 부정한 채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미국의 민주당이나 일본의 민주당도 민주주의 역사 속에서 끝없는 좌절과 도전을 하면서도 당명을 꿋꿋이 고수하고 있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문제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최종 평가에 달렸다. 실험정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출범 초기 표방했던 미션에 대한 결산보고서가 나와야 시행착오를 통한 당의 진로를 확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게 현재 제1야당의 밑바닥 정서 아닐까.

jjack3@fnnews.com 조창원 정치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