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아베노믹스 활용법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26 16:38

수정 2014.11.26 16:38

[데스크 칼럼] 아베노믹스 활용법

최근의 일본에 딱 맞는 단어는 '전광석화'일 듯하다. 올 3·4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 잠정치가 전분기에 이어 마이너스라는 발표가 나온 게 지난 17일이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의원(미국의 하원에 해당)을 해산한 것은 21일이다. 총선은 다음 달 14일 치른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3·4분기 경제성적표를 본 후 '아베노믹스'의 정책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해왔다. 아베노믹스의 양적완화 효과로 경기 흐름이 호조세를 보이고 소비가 회복세로 전환되면 소비세율(한국의 부가가치세)을 추가로 올리겠다는 게 핵심이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소비세율 인상 연기 발걸음은 빨랐다. 2분기 연속 GDP 감소 발표로 아베노믹스 실패론이 급부상하자 곧바로 중의원 해산 카드를 꺼냈고, 선거를 통해 소비세율 인상을 연기하겠다는 정치일정을 제시했다. 선거를 통해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재신임을 받고 아베노믹스 추진에 탄력을 붙이겠다는 의미다.

시장의 아베노믹스 평가는 엇갈린다.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디플레이션 악순환을 끊었다는 점은 좋은 평가를 받는다. 반면 유동성 공급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유도하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예상은 착각으로 결론났다는 비판도 거세다.

중의원 해산 권한은 총리에게 있지만 아베 총리가 정치일정을 예상보다 빨리 시행한 것은 일본 경제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절박해서다. 엔저에도 일본의 무역적자는 올 10월 현재까지 28개월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베 총리가 집권을 시작한 2012년 12월 26일 엔·달러 환율은 84.7엔이었지만 최근 118엔대까지 상승했다.

헛돌고 있는 아베노믹스가 한국에 시사하는 바는 여러 가지다. 우선 최악의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시장 충격에 대한 방어막을 쳐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가장 우려되는 것은 아베노믹스가 실패했을 경우의 대비책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소비세율 인상 연기가 결정되고 집권 자민당이 추진 중인 법인세율 인하까지 확정되면 일본 국가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 과거 유럽 재정위기에서 보듯 이렇게 되면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은 하락하고 엔저 심화와 인플레이션이 맞물릴 수 있다. 자본유출도 동반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같은 상황을 아베노믹스가 처할 수 있는 최악의 국면이란 의미에서 '아베게돈'으로 지칭했을 정도다.

이처럼 일본의 재정건전성 문제가 부각되자 일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했다. CDS 프리미엄은 국가부도 위험 척도로 사용되는 지표다. 한국과 일본의 CDS 프리미엄 역전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우리나라는 '아베게돈'을 대비한 외환시장 안정, 실물부문의 경기위축 및 수출 대응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아베노믹스를 반면교사로 활용할 필요성도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금리인하, 재정확대를 통해 경기부양에 나선 상태여서 경제정책 흐름에서는 일본과 큰 틀은 같다.


반면교사의 핵심은 부양책을 편 이후 빠른 속도로 경제구조 개혁, 즉 경제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아베노믹스는 기업의 설비투자를 촉진하고 규제개혁, 산업진흥정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 시행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통한 재정개혁, 유망 서비스업 규제 개혁 같은 산업구조 개혁이 시급한 것은 한국판 '아베게돈'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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