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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선택과 집중' 돋보인 삼성·한화 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26 16:38

수정 2014.11.26 16:38

유화·방산 분야 인수합병.. 재계 사업재편에 촉매제

삼성그룹이 석유화학·방위산업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팔기로 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삼성은 26일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과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를 1조9000억원에 한화에 매각하는 '빅딜'을 단행했다. 삼성은 전자와 금융, 건설·중공업 등을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개편에 박차를 가하게 된 반면 한화는 주력사업인 화학·방위산업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삼성·한화의 빅딜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이 이처럼 큰 계열사를 자발적으로 매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자동차가 1999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가 2000년 프랑스 르노에 팔린 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삼성의 의지와는 무관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 계열사는 해당 분야에서 항상 1등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 때문에 부진한 사업, 비주력사업도 웬만해선 철수나 매각을 검토하지 않았다. 다른 계열사에 합병하거나 분사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물론 이런 경향은 삼성뿐 아니라 국내 대부분 재벌에서 나타나고 있다.

흔히 '문어발 확장'으로 표현하듯 재벌들은 제품 생산에 큰 연관성이 없는 계열사를 두는 '수평적 계열화'에 익숙해 있다. 한번 시작한 사업은 잘되건 못되건 접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재벌 계열사 숫자가 좀체로 줄어들지 않는 이유다. 경쟁관계에 있는 대기업에 사업을 팔 생각은 더더욱 하지 않는다. 세계적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새 사업을 개척하기 위해 인수합병(M&A)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잠잠하기만 했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고 사업의 부침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우리 대기업들도 이런 식으로 선단식 경영을 계속할 수 없는 처지다. 핵심사업 위주의 사업구조조정, 즉 핵심역량 강화에 나서지 않고선 살아남을 수가 없다. 삼성이 계열사를 매각한 것은 이런 절박한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도 이제 비주력사업은 과감히 버릴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두 그룹의 빅딜은 재계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낳을 전망이다. 사실 삼성에 석유화학·방위산업 부문은 비중이 미미하지만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는 '고민거리'였다. 그러나 한화에 석유화학·방위산업은 주력사업이다. 따라서 이런 거래는 각자의 핵심역량 강화를 위해 최선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지금 대기업들은 다양한 방안의 사업구조조정을 추진 중이거나 검토 중이다. 삼성이 이렇게 신속·과감하게 움직이면 다른 기업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과거 외환위기 때 대기업끼리 사업을 교환하는 '빅딜'이 추진된 적 있었으나 기업의 선택이 아닌 정부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 사실상 실패했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자신의 핵심사업에 주력해야 한다는 빅딜의 취지는 아직도 유효하다. 지금은 못하는 사업은 접고 잘할 수 있는 사업은 강화하는, 말하자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다.
구조조정 수단으로 M&A가 활성화돼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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