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한화 화학·방산분야 빅딜] 한화, 화학·방산에 집중.. '빅딜' 김승연 승부수 통했다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26 17:28

수정 2014.11.26 22:06

석달간 극비리 물밑협상
두 그룹 모두 '선택과 집중' 사업재편 구상 맞아떨어져
일괄인수 속전속결식 타결 경영복귀 앞둔 金회장 작품

[삼성-한화 화학·방산분야 빅딜] 한화, 화학·방산에 집중.. '빅딜' 김승연 승부수 통했다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의 석유화학과 방위산업 계열사를 일괄 인수하는 '빅딜'이 성사되기까지 3개월간 극비리에 물밑협상이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경영복귀가 임박한 김승연 한화 회장(사진)이 사실상 이번 대형 인수작업을 막후에서 지휘한 것으로 파악됐다.

■극비리 진행된 '빅딜'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와 삼성이 이번 삼성종합화학 및 삼성테크윈 인수 협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건 지난 8월부터다. 불과 3개월 만에 1조9000억원 규모의 대형 기업 인수합병(M&A)이 성사된 건 두 그룹 모두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구조 효율화 구상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이 지난해부터 비주력 계열사들을 통합 재편하는 사업구조개편 작업을 강도 높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방산 계열사인 삼성테크윈 매각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방산분야가 핵심 사업인 한화가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타진했고 지난 8월부터 양측이 인수 협상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물밑 협상을 벌여왔다.



한화 계열사 관계자는 "당초 방산업체인 ㈜한화와 삼성테크윈 간 인수 협상을 진행했던 게 시작"이라며 "협상과정에서 삼성테크윈이 보유한 삼성종합화학 지분(23.4%) 처리 문제가 불거졌고, 삼성이 비주력인 석유화학사업을 정리하기로 결정하면서 삼성종합화학까지 패키지 인수키로 합의하는 데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 지난 8월부터 ㈜한화와 한화케미칼이 TF를 구성해 패키지 인수 협상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내부 구성원 대다수가 TF의 존재를 모를 만큼 인수작업이 극비리에 신속하게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결국 삼성이 비주력인 방산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지배구조와 성장성이 불투명한 석유화학사업을 한꺼번에 털어내고 싶어했고, 이들 사업을 키우려는 한화가 '최상의 파트너'가 된 셈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내년 6월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면 삼성종합화학은 한화케미칼의 자회사로, 삼성종합화학의 자회사인 삼성토탈은 한화케미칼의 손자회사로 각각 편입된다"고 말했다.



[삼성-한화 화학·방산분야 빅딜] 한화, 화학·방산에 집중.. '빅딜' 김승연 승부수 통했다

■김승연 회장, 막후 지휘

이번 양 그룹 간 빅딜이 속전속결식으로 타결된 데는 경영복귀가 임박한 김승연 한화 회장이 막후에서 관여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한화케미칼 등 관련 계열사들이 협상 당사자이지만 김승연 회장에게 경과를 보고하고 최종 승인을 얻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화는 오너의 경영력과 장악력이 다른 그룹보다 커 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대형 빅딜을 전문경영인의 판단만으로 진행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화 관계자도 "대형 인수건이다 보니 경영에서 물러나 있는 김승연 회장에게 최종 재가를 얻은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빅딜을 두 그룹의 오너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실장이 주도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한화의 태양광사업에 주력하는 김 실장의 그룹 내 위치나 나이를 고려할 때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화 관계자는 "김 실장은 올해 만 31세로 이재용 부회장과 15년 차이가 나는 데다 아직 경영수업 중인 상태"라며 "이번 인수 TF에 김 실장은 들어가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자금조달 문제없나

한화그룹이 2조원 가까운 인수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도 향후 관심거리다. 한화는 이번 인수를 위해 ㈜한화가 삼성테크윈의 지분 32.4%를 8400억원에,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가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57.6%를 공동으로 1조6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인수 이후 경영성과에 따라 한화가 1000억원을 삼성 측에 추가 지급하는 조건도 설정돼 인수가는 최대 2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화가 과거 대우조선해양 인수 당시 중도금을 납부하지 못해 인수를 포기했던 전례도 있어 자금조달 여부가 최대 숙제다.



한화는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 관계자는 "삼성테크윈 인수금은 ㈜한화가 2년에 걸쳐 나눠 내고, 삼성종합화학 인수금은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가 공동으로 3년에 걸쳐 분납하기로 했다"며 "현재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에너지 등 3개사가 보유한 현금이 3000억원 정도이고, 매년 이익금과 배당금 등을 감안하면 실탄 마련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인수자금 부족 시 보유자산 매각도 고려할 방침이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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