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KOTRA 엔저 대응 전략 설명회를 가다 "엔저 극복 방법은 기발한 제품 뿐"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26 17:56

수정 2014.11.26 22:23

장단기 방안은 '차별화' 한·일 유사한 수출 품목 엔저 이전부터 많아
환율 영향 안 받으려면 日 못 만드는 제품 내놔야




"지난 2007년 원·엔환율은 1엔당 7.5원까지 추락했지만 오늘 현재는 9.4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결코 최악의 상황이 아닌 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하십시오."
정혁 KOTRA 일본 지역본부장의 발언에 청중들은 술렁였다. 몇 몇은 고객를 끄덕이며 정 본부장의 말을 적었고 고개를 갸우뚱하던 이들은 이천배 무역보험공사 팀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최근 결제통화를 다양화 하는 추세인데 대일본 수출 기업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본의 저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므로 엔화보다는 달러가 유리합니다."
이 팀장의 간결하고 명확한 대답에 질문자는 만족하는 듯 했다.

26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헌릉로 KORTA 본사에는 국내 기업체 임직원과 기관 관계자 등 150여명이 북적였다.
엔화 약세와 한일 관계 경색으로 대일 수출에 고전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이날 행사는 대일 수출,수입이 최근 3년간 내리막길을 걷는 등 유례없는 침체기를 맞았다는 위기감에서 시작됐다.

윤원석 KOTRA 정보통상지원본부장은 "우리나라의 대일 수출과 수입이 2012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외국인직접 투자는 1년새 40%가 줄었다"면서 "불황 속에서도 일본에서 수출을 늘릴만한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 오늘 만남의 이유"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일본 따라하기부터 관둬라

이날 강사로 나선 류상윤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엔저가 당초 일본 정부가 생각한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엔저 공포에 얽매이지 말라고 강조했다.

류 연구원은 "일본 재무성이 파악한 부문별 수출 물량 지수를 보면 엔화 약세에도 일본의 수출은 크게 늘지 않았으며 미국 등 해외에서 일본 제품 단가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면서 "당초 엔화 약세를 등에 업고 일본 제품이 해외를 휩쓸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일 양국의 수출 경합도(수출 품목이 얼마나 유사한 가를 나타내는 지수)는 엔저 이전부터 꾸준히 높아졌던 것"이라면서 "환율에 영향을 덜받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일본 기업들이 만들지 못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을 따라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전략부터 바꿔야한다"고 조언했다.

현장에서 만난 P기업 상무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10년전 일본에 진출해 소방 기기를 판매하고 있다는 그는 "원·엔 환율보다 일본 기업들의 보수적인 태도가 더 힘들다"면서 "일본 기업의 품질 기준이 너무 높은 데다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탓에 부침이 심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혐한 기류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한 기업인은 발표자에게 "한일 관계가 경색된 탓에 판로를 뚫기 너무 힘든데 대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대해 정혁 KOTRA 일본 지역본부장은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일본인의 한국 호감도는 한류열풍 이전으로 퇴보한게 사실"이라며 "내년 한일 수교 50주년인 만큼 정상급이 관계 개선에 나서는 방식으로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 통한 진출도 검토해라

이날 발표자들은 엔저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혁 본부장은 "일본 내 다수의 연구기관이 내년 엔·달러 환율을 평균 117엔까지로 내다보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나라 기업은 환율을 가격에 반영하는 단기적인 방안과 디자인.성능 등 제품을 차별화하는 장기적인 방안이 함께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노후화된 도로와 다리를 보수하는 '국토 강인화 기본법'이 확정되면 건자재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 약사법과 소방법 개정으로 기능성 식품과 소방용 기기 산업이 유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도쿄타워와 도쿄돔 등을 시공한 일본 5대 종합건설사 다케나카공무점의 요네모토 다카유키 조달전략그룹장은 "대지진 복구사업, 국토강인화 계획, 2020 올림픽 개최준비로 건자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국내산 가격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에 해외조달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인수합병을 통해 일본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는 방법도 적극 추천됐다.
정 본부장은 "국내 기업 풀무원은 일본 두부시장에 진출하기위해 지난 6월 아사히식품공업주식회사를 인수했다"면서 "인수합병을 통해 일본에 진출하는 경우 생산라인과 유통망이 갖춰져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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