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혼란의 수능..교사들의 목소리 들어보니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27 14:26

수정 2014.11.27 14:30



잇따른 출제 오류, 난이도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수술대에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수능 시스템 문제를 지적함에 따라 수능 체제 개편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이제 주목되는 것은 개편 방향과 폭이다. 아직 개편안은 안개속이다. 하지만 수능 제도 폐지부터 문제은행식 출제·자격고사까지 각종 설(說)만 난무하고 있다.

27일 일선 현장에서 만난 고교 교사들은 "정치권 입김이 커질수록 현장은 더 혼란스럽다"며 '빠른 속도보다는 내실있는 개편'을 주문했다.


■'대대적 수술' 수능…차가운 교심(敎心)

지난 26일 오후 서울 능동로 건국대 새천년관 대강당에서 열린 교원 진학지도설명회는 서울지역 진학담당 교사 1200여명이 참석해 빼곡히 자리를 메웠다. 강의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부터 강당을 찾은 교사들은 대입 자료와 정보를 공유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친분있는 교사들끼리는 모여 앉아 "이번 대입은 정말 어렵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휘문고 우창영 교사는 "올해 수능 난이도가 낮아지면서 애들이 자신의 성적에 납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실수 하나에 등급이 달라지니까 너무 힘들어한다"며 "진학 지도가 굉장히 어렵다"고 털어놨다. 목동고 박상규 교사도 "상위권 애들은 확실히 멘붕(멘탈붕괴) 상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 당국의 수능 개편을 바라보는 시각은 차가왔다. 우 교사는 "모든 수험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난이도는 없다. 난이도 문제는 언제나 불거지는 문제고, 사람이 하는 것이다 보니 문제 오류도 있을 수 있다"며 "그런 내적 요인보다는 만점자 비율 설정이나 EBS 연계율 등 외부 요인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 교사는 "외부 요인이 많아질수록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전문성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며 "개편안 역시 시간이 촉박하다. 정치권 압박까지 가해진다면 당연히 졸속이 되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박 교사도 "쉬운 수능의 방향은 맞다. 60만명 이상의 수험생을 모두 만족시킬 객관적 시험은 사실상 없다. 수능은 그런면에서 매우 수준 높은 시험"이라고 말했다. 중산고 문진욱 교사는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능 체제 자체를 흔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사실 3~5월쯤 수능 개편안이 나온다면 내년 입시 준비에 차질이 있는 것이 사실이나 그 시기보다는 내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여고 교사는 "전체적인 대입 제도의 변화 없이 수능 제도 개편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EBS 연계가 학교·학생 바보 만들어"

특히 EBS 연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다. 박 교사는 "정치권이 수능에서 EBS 반영 비율을 높이면서 교사와 학생을 바보로 만들었다"며 "사교육을 잡는다는 것이 목적이지만 사실 그 효과는 증명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EBS 반영 방식이나 연계율 등을 바꿔야 한다"며 "강압적 방식의 연계로 학교 현장이 황폐화됐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는 "정치권의 EBS 연계 정책으로 고3 교실이 EBS 교재에 먹혔다"며 "이번에 출제 오류가 터진 문제가 모두 EBS 연계 문항이라는 점은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계와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문제은행식 출제와 자격고사화(化)는 의견이 분분했다. 박상규 교사는 프랑스 바칼로레아처럼 수능이 고교 졸업자격 시험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장기적으로 봤을때 자격고사 전환이 옳다고 본다"면서도 "지금 현실에서 바로 도입이 어렵다면 현행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완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박 교사는 "자격고사를 얘기할 때 흔히 변별력을 반대 이유로 제시하는데, 이것은 대학과 사교육계의 시각"이라며 "현재와 같은 학벌 사회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변별력'을 내세운 대입 제도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진욱 교사는 "자격고사 전환은 대학들의 본고사 부활을 가져올 수 있다. 수능 제도의 큰 틀이 바뀌지 않는 방향에서 개편되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교사도 "현실적으로 수능 변별력이 떨어진다면 내신(학생부)이나 논술 등 대학별고사의 비중이 커질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라며 반대 표시를 했다.

문제은행식 출제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한 교사는 "우리나라와 같이 입시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문제은행식 출제를 하면 기출 문제집만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