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산업 ‘성장불씨’가 꺼져간다] (3) "대기업도 영업익 반토막 나는 판인데.. 하청업체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요"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27 17:21

수정 2014.11.27 22:00

조선·기계산업 불황 후폭풍
부산·김해공단 조선기자재업체 줄부도사태.. 기계산업은 경기침체·엔저공세에 눈물

[산업 ‘성장불씨’가 꺼져간다] (3) "대기업도 영업익 반토막 나는 판인데.. 하청업체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요"


【 부산·창원(경남)·서울=노주섭 강재순 강재웅 기자】 "한 달에 1∼2개는 문을 닫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몰려있는 김해공단 지역의 부산녹산산업국가단지, 안하농공단지, 본산농공단지는 문을 닫는 식당도 나오고 있다."(경남 창원 소재 조선 도장업체 박승철 사장)

"실업난과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일이라도 하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년째 월급은 동결되고 동료들 사이에도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갈등이 잠재해 있는 등 언제까지 자리를 지키며 마음놓고 일 할 수 있을지 불안한 날의 연속이다."(창원 소재 기계업체 직원 박모씨)
국내 제조업체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창원국가산업단지에서 들은 한탄이다. 우리나라 대표산업인 조선과 기계가 최근 불황을 겪으면서 하청업체들이 생존위기에 몰리고 있다.

조선의 경우 일반상선 건조량 감소로 인한 물량확보 애로에 따른 매출 급감과 저가 수주로 인한 수익성 악화, STX그룹 폐업 등으로 인한 유동성 악화라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기계산업의 경우는 원화가치 상승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실제 경영환경이 안 좋아지면서 경남지역 부도율도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이 지역 월평균 부도율은 0.47%로 전국 부도율 0.14%의 3배를 훨씬 웃돌았다. 올해 들어서 소폭 개선되기는 했지만 지난 10월까지 월평균 0.38%의 부도율을 기록하며 전국 평균 0.20%의 2배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박승철 사장은 "오늘 개인회생 신청자가 사상 최대를 보이고 있다는 뉴스를 봤는데 아마도 상당수 김해지역 조선기자재 업체들도 속해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3중고' 빠진 조선업계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 3'가 세계를 주름 잡을 당시 함께 호황을 누리던 부산.경남 조선해양기자재업체들은 미래에 대한 우려를 토로하고 있다. 지금도 어렵지만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원가절감에 나서고 있어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국내 조선산업의 올 상반기 수주량은 555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5% 감소했다. 당장 일감이 줄어들게 생긴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저가수주와 신조선가 하락, 대형 프로젝트 인도 연기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된 대형 조선업체들이 이익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 2·4분기와 3·4분기에 3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고 삼성중공업의 지난 3·4분기 영업실적은 1년 전에 비해 12% 가까이 줄었다.

부산 다대동 조선해양기자재 P사의 김모 대표(65)는 "저가 수주에 나선 원청업체인 조선업체들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로 공장을 돌릴수록 오히려 손해가 날 정도"라면서 "최근 들어 원자재 가격은 계속 뛰고 있어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부산 송정동에 공장이 있는 선박용 밸브 제작업체 D사 정모 대표(52)는 "글로벌 조선경기 침체로 수주물량이 줄어들어 공장 가동률이 예년의 절반에 못 미치는 실정"이라면서 "50여명에 이르는 직원들도 하나둘 퇴사해 20여명만 남은 상태"라고 애로를 호소했다.

STX조선해양㈜의 강력한 권유로 중국 다롄에 진출한 조선해양기자재 업체들은 STX대련조선의 조업중단으로 더욱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해 있다.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가뜩이나 매출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산.경남지역 조선해양기자재 업체들이 STX대련조선 사태까지 당해 2차, 3차 협력업체까지 유동성 악화로 부도 도미노 현상이 우려된다"면서 "정부 차원의 시급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계업계 원화가치 상승 직격탄

국내 기계산업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기업체들은 최근 원화강세로 인한 수출채산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출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내수기업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원청업체들의 물량 줄이기와 단가 조정 등으로 어려움이 가속되고 있는 것.

자동차부품업체 A사의 재무담당 K이사는 "세계 경기 부진에다 엔화 약세, 완성차 실적부진 등으로 내년도 영업환경이 불투명한 실정"이라며 "또 이런 대내외 환경으로 기업의 설비투자는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면서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출을 위주로 하는 대기업 2차 하청업체인 B사의 L부장은 '판매부진'과 '환율불안'이 창원 기업의 만성적 경영애로 요인이라며 "글로벌 수요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는 가운데 원화 강세가 약화 추세에 있으나 여전히 정상적 수익을 실현하기에 부족하고 엔저 공세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건설중장상의 협력업체 C사의 B대표는 "R&D 인력 확충으로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을 계획하고 있으나 지방세 증세 등 갈수록 기업 부담이 늘어날 경우 미래에 대비한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혀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축소가 예상된다.


창원상의 관계자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창원기업은 국내외 수요부족, 환율불안, 엔저 공세 등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산재해 있는 상황으로 좀처럼 경기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경기부양 정책이 발표돼 기대를 가지고 있으나 정책에 수반되는 법안 처리 등 후속조치가 하루빨리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roh12340@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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