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켜다오! 내 돈

예언한다! 10년 안에 개인금고를 만드는 회사들이 크게 흥할 것이라고. '몇 푼 되진 않지만 그래도 은행에 맡겨두면 이자도 주는 데다 무엇보다 안전하지 않겠냐'는 생각엔 동의할 수 없다. 안전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은행 통장 속 내 돈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이 실제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50세 주부 이모씨는 지난 21일 농협 통장에 넣어둔 자신의 전 재산 1억2000만원이 지난 6월 26일 오후 10시51분부터 사흘간 총 41차례에 걸쳐 인출된 사실을 알게 됐다. 전화번호를 도용, 텔레뱅킹으로 돈을 빼앗아 갔다는 사실밖에 확인된 것이 없다. 농협은 원인을 모르니 돈을 물어줄 수 없다고 한다.

이는 전화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사기에 당하지 않아도 내 돈을 빼앗길 수 있게 됐단 걸 의미한다. 검찰을 사칭해 어르신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후 노후자금을 터는 수법이나, 해킹한 SNS 계정의 메신저를 통해 입금을 요구하는 사기는 TV 개그 프로그램의 소재로나 쓰이고 있다.

눈 뜨고 있어도 코 베이는 세상이 되다 보니 장삼이사들은 자신의 돈을 지키는 데 적잖은 정신적 압박을 받고 있다. 아무도 책임지는 이가 없는 탓에 스트레스는 오롯이 본인 몫이다. 마침내 은행마저 발등을 찍었으니 튼튼한 개인금고를 사다가 현금을 쌓아두는 이들이 늘어나는 건 시간 문제다.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가 나타날 테고 기업들은 돈을 빌리기 위해 가정방문을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국가 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이다. 지나친 과장이지만, 이런 금융사건에 대해 정부가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보이스피싱'으로 뺏긴 돈도 못 찾아주는 경찰이 남의 돈을 제 돈처럼 인출한 범인을 못 잡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18세기 프랑스 사상가 루소는 "모든 사람은 국가 성립 이전인 자연상태에서 이미 생명.자유 및 재산에 대한 자연법상의 권리를 갖고 있었고, 이 권리를 확실히 보장하기 위해 그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한 계약에 따라 국가란 조직을 성립시켰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국가에선 내 돈이 곧 내 권리다. 루소를 대입하면 정부가 내 돈을 못 지켜준다면 정부를 다시 구성할 권리도 있다. 여기서 잠깐! 어서 당신의 통장 속 돈부터 확인해보시길.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