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6) 늘어나는 해외직구族, 그 명암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27 17:40

수정 2014.11.27 17:40

"싸긴 많이 싼데"… 사기 피해 등 찜찜
#.'골수 해외직구족(族)'인 김모씨(28)는 요즘 아마존, 샵밥 등에 수시로 들어가 물건 고르기에 여념이 없다. 그간 비싼 가격에 망설여왔던 삼성 초고화질(UHD) TV를 비롯해 취미생활인 프라모델·피규어, 여자친구 선물용 옷과 액세서리까지 구매할 계획이다. 김씨는 "한번에 목돈이 나가서 부담이긴 하지만 국내에서 구매하는 것과 비교하면 거의 반값에 사는 격"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해외 직구(해외 직접구매)족들의 마음이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의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로, 의류에서 가전제품까지 최대 80%씩 할인되는 폭탄 세일이 이어진다.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는 제품은 거의 살 수 없었던 예전과 달리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전자상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국내 직구족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같은 직구족에 대해 기술 발달의 혜택을 받은 현명한 소비자라는 찬사가 있는가 하면 범죄 악용 등의 우려도 제기된다. 파이낸셜뉴스는 이번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제를 '늘어나는 해외 직구족, 그 명암'으로 정하고 실태를 짚어봤다.

■직구로 사면 반값

화장품, 옷, 신발 등은 주로 해외 사이트에서 구매한다는 열혈 직구족인 김모양(31)은 얼마 전 오랫동안 구매를 벼르던 G사 명품 백을 구매했다. 김양은 "명품 백 가격이 있는 만큼 고민도 했었지만 결론적으로 30% 정도 싸게 사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한모씨도 "지난해 아마존에서 직구로 약 40% 정도 싸게 3차원(3D) TV를 샀다"며 "국내 브랜드임에도 해외 직구가 싸다는 게 씁쓸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슷한 사양의 국내 제품이 해외 사이트에서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기업들이 국내 소비자를 호구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며 "서비스나 부품 자체가 다르다는 설명은 핑계같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해외 브랜드는 다른 나라에서의 판매 가격보다 대부분 비쌌다. 때로는 국내 제품도 해외에서 더 싼 값에 팔리고 있다. 관세청이 공개한 립스틱, 유모차 등 10개 제품의 수입 가격을 보면 립스틱은 9.1배, 유모차 3배 등으로 대부분 국내 가격이 비쌌다.

아이들 둔 엄마들도 직구 시장의 '큰 손' 중의 하나다. 아기 먹거리, 제품 등까지도 불량 논란이 터지면서 국내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잃은 주부들이 아이를 위한 유기농 제품을 찾아 해외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다.

3살 아이를 둔 조모씨는 "아이들 영양제, 장난감, 간식류는 해외 유기농 사이트에서 주로 산다"며 "글로벌 기준에 맞춘 유기농 제품이라 믿을 수도 있고 가격도 국내의 반값이니 배송료가 나가고 (배송)시간이 걸리더라도 별 문제 없다"고 강조했다. 직구족들이 늘면서 미국·유럽 등 현지 유통업체들도 한국어 안내문이나 한국 직배송 등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서비스도 시작해 편리함도 커졌다.

국내 해외직구 규모는 올 상반기에만 7500억원을 넘어섰다. 관세청은 직구 규모를 지난해 1조원에 이어 올해 1조 50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해외 직구 시장은 매년 50% 성장세를 이어가 2018년께는 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밀수·사기 우려도 있어

그러나 직구족들이 늘면서 각종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가장 큰 것이 소비자 피해의 증가다. 상품 분실. 배송 지연, 파손 등 소비자 피해도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반품·환불 규정이 있더라도 영어 등 외국어로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해외 가격이 싸다고 사치품을 무분별하게 사는 것도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60대 김모씨는 "딸들이 해외 직구를 자주 이용하는데 이미 갖고 있는 향수나 화장품, 명품 제품 등을 사재기하더라"며 "현명한 소비는 좋지만 싸다고 무조건 사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40대 정모씨는 "해외 직접구매가 늘면 아무래도 국내 시장에 타격이 있지 않겠나"며 "안그래도 내수 시장이 안좋은 상황에…"라고 말을 줄였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범죄 가능성도 제기한다.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열린 관세청 국정감사에서 "해외 직구가 급증하고 있는데 단속 인력은 줄고 범죄 가능성은 커졌다"고 주장했다.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도 "탈세와 마약 밀수 등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해외 직구를 장려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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