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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직구족 빨아들이다.. '블랙홀' 블랙프라이데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28 18:06

수정 2014.11.28 18:08

美 최대 쇼핑데이… 유통 노마드, 잠 설쳐가며 클릭 클릭
"문제는 가격이야".. 관세·배송료 포함해도 국내보다 30∼40% 싸
2조 vs. 300억.. 해외 직구 연 50% 급증 '역직구'는 걸음마 수준

한국 직구족 빨아들이다.. '블랙홀' 블랙프라이데이

#. 취업준비생 김동혁씨(28)는 28일 평소보다 이른 오전 6시에 일어났다. 미국 유통업계 최대 할인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그간 눈여겨봐 왔던 신형 스마트폰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 마지막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올해는 미국시간으로 28일 0시, 한국시간으로는 28일 오후 2시부터다. 하지만 베스트바이, 월마트, 메이시스 백화점 등 미국 주요 유통업체들은 27일 오후 5~6시(한국 시간 28일 오전 7~8시)에 할인을 시작해 그 시간에 맞춰 일어난 것이다. 김씨는 "관세와 배송료를 포함해도 국내 구입 가격보다 30~40% 이상 저렴하다"고 말했다.


한국 직구족 빨아들이다.. '블랙홀' 블랙프라이데이

해외직구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김씨와 같은 '유통 노마드(유랑자)' 열풍이 거세다. 중국의 광군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등 해외 최대 쇼핑일은 이제 더 이상 바다 건너 이야기가 아니다. 해외 유통업체들은 한국 직구족 공략을 위해 결제 서비스를 개선하고, 통역 서비스 등을 앞다퉈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유통업체들도 대규모 할인행사 등으로 맞대응하고 있지만 아직은 국내 소비자들의 엑소더스(대규모 유출)를 잡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해외직구 시장은 2조원 이상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역직구 시장은 2%도 안되는 300억원에 불과할 전망이다.

■한국 직구족 모시기 경쟁

이날 미국의 대표 백화점인 메이시스, 블루밍데일스, 로드앤드테일러, 삭스피프스애비뉴 등은 한국 직구족을 위해 한국어로 된 쇼핑 안내문을 띄웠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한국 신용카드는 받지도 않던 콧대 높은 미국 백화점들이 올해는 상품 가격을 원화로 환산해주고, 배송비와 관세를 더한 실제 구매액도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8일 대한상공회의소와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쇼핑족 4명 중 1명은 해외 구매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중 96%는 해외직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응답해 앞으로 해외직구 시장은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 2011년 5223억원이던 해외직구 시장은 지난해 1조1509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에는 10월 기준으로 이미 1조3589억원을 기록 중이다.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블랙프라이데이 다음날 이어지는 대규모 온라인 전용 할인행사)를 거치면 올해 해외직구 금액은 2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온라인 쇼핑시장 금액인 38조498억원의 5%를 넘는 금액이다. 특히 해외직구 시장이 매년 50% 이상 성장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그 비중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서용구 한국유통학회장은 "앞으로 해외직구 시장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할 것"이라며 블랙프라이데이는 해외직구의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반면 해외 소비자들이 온라인몰을 통해 우리 상품을 구입하는 역직구 시장은 걸음마 수준도 벗어나지 못했다. 관세청 전자상거래자료에 따르면 올해 역직구 시장은 300억원 정도로 추정돼 해외직구 금액의 1.5%에 불과한 수준이다.

■가격차별 해소… 역직구 키워야

전문가들은 이처럼 해외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유통 노마드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국내 소비자에 대한 가격차별을 폐지하고 역직구 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삼성,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이 해외 사이트보다 국내 판매가를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상의 조사에 의하면 해외직구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도 싼 가격(67%)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서 교수는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일본인 관광객을 위해 현지에 돌아가서도 온라인을 통한 재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역직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특히 중국의 경우 관세장벽이 줄어든 만큼 배송, 결제, 언어 문제 등을 해결해 역직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언론을 통한 과도한 블랙프라이데이 띄우기가 국내 유통시장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00만 몰 해외진출지원운동 본부의 권봉도 대표는 "해외직구에 대한 방법은 부각되지만 정작 국내기업의 해외직판(역직구) 방법은 소개되지 않는다"며 "유통 노마드 열풍 자제보다는 향후 국내업체의 대응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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