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자사주 매입한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가능할까.. 업계는 "득보다 실"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28 18:24

수정 2014.11.28 18:24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 걸림돌, 지주사 요건 맞추려면 비용만 수십조

삼성전자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계기로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가 재부각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주된 이유는 △골든타임 실기 △천문학적 비용 △정책 불확실성 △50%를 웃도는 삼성전자 지분율 등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와 체질강화에 주력해야 할 골든타임에 최소 수십조원 상당의 막대한 비용으로 경영권을 다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득보다 실이 크다고 지적한다. 또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업 관련 법이 바뀌는 등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 그룹 지배구조의 모범답안이 지주회사라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

여기에다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웃돌아 지주회사 전환 후 경영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장담할 수 없는 것도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막대한 비용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과 중추적 고리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을 지주회사나 금융지주회사 등으로 전환할 경우 최소 수십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는 장기적으로는 제일모직과 삼성생명 등이 각각 지주사,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시장에서 예상하는 제일모직 중심의 삼성 지배구조가 완성돼서다. 그러나 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확대가 향후 지주사 전환 시 계열사 지배력 강화에 톡톡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지주사 요건에 맞춰 2년 내에 지분을 20%이상 확보해야 하는 계열사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삼성물산이다. 삼성전자는 삼성SDI(7.3%)를 통해 삼성물산을 지배하고 있으며, 삼성물산의 2대주주는 금융계열사인 삼성화재(4.6%)다. 지난 7월 25일부터 신규순환출자가 금지돼 삼성전자가 삼성물산 지분을 사들일 수도 없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나오는 이유기도 하지만, 이는 제일모직의 지주사 전환을 전제로 했을 때다. 이 경우 금산분리법 등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7.6%)을 해소해야 하는 등 상황이 여간 복잡해지는 게 아니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위해 오너 일가가 사비로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SDS 상장을 놓고 상속세 실탄 마련 등으로 보는 관측이 팽팽한 상황에서 그럴 만한 여유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재용 부회장의 동생들 몫으로 거론되는 호텔신라(5.1%), 제일기획(2.6%) 등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도 20% 이상 확보해야 한다. 이외 삼성중공업(17.6%), 삼성벤처투자(16.3%) 등도 대상이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삼성전자 홀딩스 지분을 30% 내외 확보해 삼성전자 홀딩스를 통해 삼성전자 사업회사 및 주요 계열사를 지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경영적인 시각에 시기와 비용, 법제상으로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책 불확실성

비용과 함께 삼성전자 지주사 불가론을 뒷받침하는 게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다. 한 예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원가 또는 시가로 계산할 것인지 결정할 '보험업법 개정안'을 꼽을 수 있다. 개정안은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돼 시가를 적용하면 '3% 룰'을 맞추기 위해 삼성생명은 최소 10조원 이상의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현행 보험업법상 보험사는 특정 유가증권에 총자산의 3% 이상을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이 전체적으로 지주사로 전화하려 해도 당장은 '보험업 개정안'에, 향후에는 금산분리법 등으로 지배구조가 오히려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정반대로 과거에 정부가 기업들에 순환출자를 강하게 엮으라는 시절이 있었다.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시각이 시대적, 정치적 상황에 따라 많이 바뀌고 있다"며 "지주회사 만들었다가 향후 무용지물이 되면 수십조원을 까먹는 셈이다.
그 돈으로 연구개발과 고용창출, 주주환원 등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게 정답"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는 것도 지주사 전환에 부정적 요인이다.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제일모직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65%를 차지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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