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새로운 전통, 부동산법 주고받기?

이두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30 16:47

수정 2014.11.30 16:53

[데스크 칼럼] 새로운 전통, 부동산법 주고받기?

여야가 12년 만에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에 합의한 뒤 "가슴이 뭉클하다"며 새로운 전통 확립이라는 데 의의를 뒀다. 그동안 당리당략을 내세워 날카롭게 대립하면서 시간을 까먹었고, 예산안 심사기간 부족으로 최악의 부실심사란 오명을 뒤집어 쓰고서도 말이다. 더구나 한 해 나라 살림살이를 쟁점안건에서 서로 명분을 챙기는 이른바 빅딜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국민의 가슴을 졸인 정치권의 민낯치고는 참 두꺼운 것 같아 씁쓸하다.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합의가 없으면 12월 1일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고 2일 통과되도록 한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떠밀리듯 성사된 것이든, 차선책이나마 챙기자는 당략에 따른 것이든 이번 합의 자체를 얼굴 붉히면서까지 폄훼할 생각은 없다. 다만 먼지만 쌓인 채 처리를 기다리는 시급한 민생경제법안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새로운 전통'을 다짐하는 정치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9.1 부동산대책' 이후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받은 주택시장이 다시 반전의 신호를 보내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정책은 발표됐지만 관련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라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진단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25일 현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6788건으로, 1일 평균 272건을 기록해 전달(1만905건)의 351.8건에 비해 22.8% 감소했다. 심지어 양천구는 44.2%, 마포구는 42.9% 급감했다. 지난 7월 5만1367가구에서 2개월 연속 줄어든 전국 미분양주택도 증가세로 돌아서 국토교통부 집계 결과 10월 말 기준 전달보다 2.4%(924가구) 증가한 4만92가구로 집계됐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역시 전용 85㎡ 이하 중소형이 전달(2만4050가구) 대비 1933가구 증가한 2만5983가구를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로 달아올랐던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고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줄어든 탓으로, 후속 입법을 방기한 국회 기능 상실이 중심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조속히 관련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침체국면에 진입하고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점증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부동산 3대 쟁점법안은 분양가상한제를 지역 상황에 맞춰 탄력 적용하는 주택법 개정안과 재건축 조합원에게 주택 수만큼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안 등이다. 야당은 여전히 "투기를 조장한다"며 전.월세 상한제와 전.월세계약갱신청구권 등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야가 적당히 타협, 쟁점법안을 주고받는 게 아니냐는 빅딜설이 제기됐다. 그러나 전셋값 폭등과 같은 시장 혼란 등 때문에 정부, 업계는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반대하고 있다.
가뜩이나 심각한 전세시장 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요컨대 규제완화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절실하지만 그렇다고 정치세력 간 명분 챙기기용으로 무원칙적 법안 딜에 나서는 것은 더 큰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해 예산안 처리에 합의한 정치권의 새로운 전통 운운이 국민생활이나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것인지, 결국 자신들만의 리그를 치장하는 수사에 불과한 것인지는 쟁점법안 처리를 보면 알 일이다.

doo@fnnews.com 이두영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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