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전투화·전투기 곳곳서 불량, 납품업체는 처벌 무풍지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30 17:17

수정 2014.11.30 17:17

끊이지 않는 방산비리
소화기 가격 10배 부풀려 보훈단체가 도맡아.. 공급 K2전차 등에도 불량부품 비리의혹 수사는 형식적

2011년 '정예 육군의 산실'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납품된 배추김치를 검수하던 취사병이 김치 속에서 개구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전남 담양의 한 업체로부터 납품받은 김치가 문제였는데, 세척 과정에서 제대로 이물질이 씻기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군납 식재료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것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올해 초 감사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0~2013년 육군 각급 부대에 납품된 식재료에서 발견된 이물질은 개구리와 귀뚜라미 등 곤충.동물류를 비롯해 칼조각, 곰팡이, 치아까지 포함돼 있다.

품질이 나쁜 돼지고기를 납품했다거나 농약이 남아있는 식재료를 납품한 것은 애교 수준이었다.


사태가 이런데도 군부대 측은 해당 업체를 제재하지 않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0~2013년 식재료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납품업체 가운데 제재를 받은 업체는 한 곳도 없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전투화도 군납비리의 희생양이다. '봉와직염'이라는 풍토병을 일으키는 주원인인 구형 전투화는 소위 '보훈단체'의 독점으로 인해 생긴 문제였다. 이 병은 한국 군대만 겪고 있는 고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보훈업체는 뒷돈을 받고 납품업체를 선정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신발제조 실력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세계 최악의 군화가 납품됐다.

이런 현상은 2010년 이후에도 계속됐는데 최근 공급이 시작된 기능성 전투화까지도 뒷굽이 떨어져 나가는 불량 때문에 한동안 논란을 빚었다.

시중가의 10배에 달하는 소화기가 공급된 적도 있다. 역시 보훈단체인 재향군인회 종합사업본부가 연루됐고, 대당 22만~25만원인 소화기는 202만원에 납품됐다. 손실액만 100억원이 넘었고, 다른 비리 의혹이 불거졌지만 검찰 수사는 확대되지 못했다. 2011년에는 4G짜리 이동식저장장치(USB)가 95만원에 납품된 사례도 있다. 4G짜리 USB는 시중에서 1만원가량. 무려 100배에 가까운 '뻥튀기'로 군납이 이뤄진 셈이다. 다만 납품사는 USB뿐만 아니라 포병 지휘체계용 소프트웨어와 보안 프로그램까지 포함된 가격이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K2 전차, K21 보병 전투장갑차, K9.K55A1 자주포, K10 탄약운반장갑차에는 볼트와 가스켓 등에 불량 부품이 쓰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겉보기엔 멀쩡했지만 내구성에 문제가 있는 제품이었다. 심지어 공군 주력 전투기인 KF-16에는 불량 브레이크 디스크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들 불량부품 공급업체 대부분은 벌금이나 과징금만 냈을 뿐 여전히 군납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초 감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량품 군납으로 적발된 기업 대부분이 군납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군납 자격이 정지되더라도 기껏 6개월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 영향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군납.방산비리에 대한 대대적 수사가 벌어지지만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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