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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인가제 같은 신고제 문제있다

황상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03 17:28

수정 2014.12.03 22:08

[현장클릭] 인가제 같은 신고제 문제있다

'인가(認可)'는 사전적인 의미로 '인정해 허가한다'는 뜻이다. '신고(申告)'는 국민이 법령의 규정에 따라 행정관청에 일정한 사실을 진술·보고한다는 의미다.

행정절차에서 인가와 신고 사이에는 굉장한 차이가 있다. 금융, 통신업 등 정부의 규제업종은 통상 인가를 통해 규제가 이뤄진다.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팔고자 할 때 인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는 일일이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셈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까다롭기 마련이다. 사업권을 인가하는 경우는 두말할 것도 없이 강력한 규제다.

국민의 실생활에 민감한 부분일수록 정부의 통제를 통해 시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인가라는 규제정책을 쓴다.

반면 신고는 자율적이다. 무엇무엇을 하겠다고 알려만 주면 되는 것이다.

지난달 초 KT가 요금약정 할인금을 아예 뺀 '순액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약정할인 요금 위약금을 없애기 시작했다. SK텔레콤과 LG U+도 각각 미래창조과학부에 요금약정 할인 반환금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약관 변경을 '신고'했다.

SK텔레콤은 12월 1일부터 적용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LG U+도 공식 답변을 통해 폐지 계획을 알렸다.

그런데 2일 오전까지도 신고 절차가 끝나지 않았다. 이미 한참 전에 신고를 했음에도 신고가 안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미래부는 "협의 중"이라고 했고 통신사들도 "미래부와 협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신고는 알려만 주면 되는 것인데 '협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사들은 고객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어 먼저 제도 폐지를 알리고 1일부터 대리점·판매점에서 시행을 준비했다. 2일 오전까지 신고가 되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다.

통신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적용받고 있는 '요금인가제'가 수년째 화두가 되고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제를 바꾸려면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되는 법이다. 전기통신사업법 고시에는 '가장 많은 점유율을 가진 업체는 요금인가제 적용 대상이 된다'고만 규정돼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정부가 일정주기에 따라 고시하면서 정해진다. 결국 정부가 인가 대상을 정하는 것이다.

인가제 자체의 폐지 논의가 화두인데, 신고제조차 인가제처럼 운용되고 있는 게 현재 통신산업의 현실이다.

통신시장은 사실 정부가 강력하게 기업의 시장 진입을 통제하는 시장이다. 시장에 진입한 기업에는 일정 시장을 보장하는 특혜를 주는 셈이다. 그래서 정부의 요금인가제 같은 매서운 칼날의 필요성도 인정한다. 그러나 이미 기술발전에 의해 정부 인가를 받지 않은 기업도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대다.

스카이프 전화나 카카오의 보이스톡이 대표적인 예다.

그렇다면 인가제의 필요성이 지속되는지, 기술·시대의 흐름에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자율성을 보장한다며 만들어 놓은 신고제조차 인가제와 다름없이 활용되고 있는 통신정책은 더 꼼꼼히, 차근차근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eyes@fnnews.com 황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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