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딜레마에 빠졌다. LIG손해보험 인수, 사외이사 퇴진, 조직개편·인사 등이 실타래처럼 엉켜 풀리지 않고 있다.
먼저 LIG손해보험 인수 문제가 갈 길 바쁜 윤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리딩 뱅크로서 KB국민은행의 위상을 되찾는 일이 시급하지만 이에 앞서 LIG손보 인수가 발등의 불이다.
금융당국은 LIG손해보험 인수 허가를 위해서는 KB금융의 지배구조 개편, 그 중심에 있는 사외 이사 퇴진을 묵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올해 벌어진 KB내분 사태의 사외이사들도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라는 것이다.
윤 회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입장이다. 금융당국과 사외이사들 사이에 끼여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셈이다.
윤 회장은 아직까지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로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금융사 지주 회장 및 은행장이 바뀌면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이 금융당국 수장이다. 윤 회장은 다각도로 금융당국 수장을 만나려 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역시 LIG손해보험 인수 허가 등 민감한 현안이 있는 상황에서 윤 회장을 만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윤 회장이 할 수 있는 것은 사외이사들을 설득하는 일이다. 사외이사들만 사퇴해준다면 LIG손해보험 인수 가능성이 높아지고 인사·조직 개편 또한 단행할 수 있다. 실제 윤 회장은 사외이사들을 설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사외이사들은 지난 5일 열린 확대경영전략위원회 종료후 거취문제에 대한 논의를 했다. 고승의 사외이사는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나머지 이사들은 12일 임시이사회 종료 후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사외이사들 사이에서 입장차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괄 사퇴는 힘들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금융업계는 윤 회장이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LIG손해보험 인수 문제로 금융당국과 꼬일때로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외이사들을 먼저 설득시켜야 한다. 오는 12일 임시이사회에서 윤 회장의 역할이 주목되는 이유다.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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