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식 칼럼]

4차원 소비시대

지령 5000호 이벤트
세계 각국 총성 없는 전쟁.. '코리아 블프' 성공할 수 있나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유통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아 내년 유통시장을 이끌 소비 키워드를 내놨다. 옴니채널·모바일쇼핑·글로벌소비·합리적소비다. 요약하면 소비자들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휴대폰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세상에서 가장 싼값에 쇼핑한다는 의미다. 모두 온라인과 관련이 있다. 세계 유통시장이 온통 전자상거래의 블랙홀로 빨려들고 있다. 전자상거래라면 종전까지는 기업간거래(B2B) 정도로 여겨졌다. 여기에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세계적인 온라인 쇼핑몰이 속속 등장하면서 소비시장(B2C)까지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때와 장소를 뛰어넘는 3차원 소비시대를 넘어 이제는 휴대폰을 이용한 스마트쇼핑과 전자결제가 더해져 4차원 소비시대로 바뀌었다. 대형 마트나 백화점을 찾아 쇼핑카트로 장을 보는 풍경이 사라질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안방에서 손가락 하나로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가 세계의 상품가격을 실시간으로 비교하고 가장 싼값에 사는 세상이다. 굳이 백화점 할인세일기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할인상품 선착순 구입을 위해 백화점 앞에 줄을 설 필요도 없다.

그동안 세계 할인쇼핑시장을 이끌어온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세일에서 수십년간 이어져온 오프라인 매장 앞 줄서기 풍경이 올해는 사라졌다.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은 미국과 중국, 유럽이 나눠먹고 있다. 이 중에서도 중국의 알리바바그룹이 주도한다. B2B와 B2C 온라인 쇼핑몰을 앞세워 중국 전자상거래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알리바바 산하의 온라인쇼핑몰 판매액은 작년 기준 이베이와 아마존의 판매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니 부럽기만 하다.

실속파 국내 소비자들도 해외직구로 빠르게 눈을 돌리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0년 3000억원이던 해외직구 시장은 작년 1조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국내 유통업체들은 시장을 내준 것이다. 전자상거래는 상품 구입뿐 아니라 학습이나 금융 등 생활 속으로도 깊숙이 파고들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전자거래에 수반하는 대금지불은 핀테크(금융과 정보기술의 결합)로 발전하고 있다. 가상현실과 결합되면서 오프라인 학원에 가지 않고도 학원에서 강사와 마주해 학습능력을 키우는 시대가 됐다.

전자상거래의 진화는 소비트렌드 변화 그 이상이다. 소비의 다양성을 제공해 소비를 진작시킨다. 더 나아가 유통을 비롯한 산업 전반의 구조변화를 이끈다. 미국 정부는 이를 간파하고 이미 1990년대부터 전자상거래를 미래성장동력으로 삼아 전자상거래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지난 2015년까지 온라인쇼핑과 모바일거래시장을 18조위안(약 2900억달러)으로 키우는 내용의 '전자상거래 5개년 계획'을 지난 2012년부터 펴고 있다. 이렇듯 세계시장을 무대로 하는 4차원 쇼핑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소비자들에게 애국심을 호소해도 안 통한다. 그런 만큼 이미 전자상거래시장을 놓고 각국은 총성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정부와 유통업계, 더 나아가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전자상거래 기반의 유통선진화 종합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거기에는 전자상거래를 옭아매고 있는 각종 규제를 혁파하고 각종 전자결제시스템 등 핀테크를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뱅킹 시스템 구축도 포함시켜야 한다. 어쩌면 물류유통구조 개선과 소비산업구조 재편, 더 나아가 산업구조 전반의 개편까지도 손대야 할 상황이다. 유관 부처가 많고 할 일도 워낙 방대하니 이참에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포괄적으로 다룰 범부처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두는 것도 좋겠다.

아직 걸음도 떼지 못한 유통업계 현실에서 세계 유통시장 선점이라는 말은 너무 거창하다. 당장 등을 돌리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업구조를 온라인 기반으로 뜯어고치고 상품 가격체계와 세일방식을 여기에 맞춰야 한다. 때마침 12일 10개 온라인쇼핑몰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연단다.
온라인유통업계가 한마음 한뜻으로 마케팅을 편다는 건 고무적이다. 흉내내기식의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전자상거래 대국으로 가는 발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