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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을미년, 세계 그리고 우리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11 17:00

수정 2014.12.11 17:43

[fn논단] 을미년, 세계 그리고 우리

을미년 양띠의 해에도 여전히 유럽 및 동북아가 국제 정치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듯하다. 지난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경제제재 조치가 부과돼 러시아와 서방 간에 긴장이 고조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지난 9월 휴전에 합의, 우크라이나 사태는 표면상 진정된 것처럼 보이나 분쟁의 불씨는 여전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현 상태에 만족할지, 아니면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 세력을 계속 지원할지는 불확실하다. 미국과 EU가 이 문제로 러시아와 전쟁을 치를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러시아가 사태를 악화할 경우 미국과 EU는 러시아 경제제재를 더욱 옥죌 수밖에 없다.


아울러 미국은 지난 9월 중동의 '이슬람국가(IS)' 공습을 개시했지만 사태 해결은 요원하다. 우크라이나와 이슬람국가는 계속해 세계 경제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높인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러시아를 중국 품에 안기게 했고 러·중은 을미년 봄에 지중해에서 합동 해상훈련을 실시, 양국은 미국 주도의 질서에 경고를 보낸다.

한동안 잠잠했던 EU 내 단일화폐 유로를 사용하는 유로존 경제위기도 다시 부상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도 위기의 진앙지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그리스가 될 듯하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 9일 내년 예정된 총선을 앞당겨 오는 17일에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은 의회에서 간접선거로 선출되는데 보수정당인 신민당과 중도좌파인 그리스사회당이 현재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지만 대통령 선출에 약 25표가 부족하다.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할 경우 그리스는 2년6개월 만에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한다.

좌파연합인 시리자가 지난 5월부터 정당 지지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들이 총선에서 다수 정당을 구성할 경우 국민의 지지를 받아 어떤 식으로든 구제금융 조건의 완화, 최악의 경우에는 구제금융의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다. 이럴 경우 그리스뿐만 아니라 유로존,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게 뻔하다.

을미사변 120년, 광복 70년,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 50년인 양띠의 해에 동북아시아는 계속 요동칠 것이다. 14일 총선에서 승리가 확실시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그 여세를 몰아 역사전쟁을 지속할 것이다. 종군 위안부의 강제 동원을 점차 부정하면서 우리 및 중국과의 마찰이 커져 왔다. 중국 견제를 최우선 국익으로 여기는 미국은 우리에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나 아직까지 별반 성과가 없었다.

우리는 일본과 역사전쟁은 계속하더라도 대화의 문은 열어 두고 접촉해야 한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정부는 동북아 평화정착을 위한 여러 구상을 내놓았고 실천해 왔다. 그러나 집권 3년차가 가까워오는 지금까지 구체적인 뚜렷한 성과가 없다. 이명박정부 때부터 실천해 왔던 대북 강경정책은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오히려 북한의 중국 의존을 가속화했을 뿐이다. 원칙만 고집할 게 아니라 원칙과 실리를 적절하게 감안한 대북 정책을 고민해 봐야 한다.
계속해서 떨어지는 유가는 우리 경제에 반가운 소식이다. 이런 호재를 잘 활용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창조경제, 신성장동력…. 이런 용어들이 낯설지 않게 우리 경제계가 기회를 적극 활용하기를 기대한다.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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