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세계 석학에 듣는다] 중국의 글로벌 리더십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12 17:09

수정 2014.12.12 17:09

[세계 석학에 듣는다] 중국의 글로벌 리더십

올해 최대 경제뉴스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국이 됐다는 것이지만 그다지 주목받지는 못했다. 중국의 지정학적 지위가 경제적 힘과 함께 급속히 상승하는 가운데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정치·경제 엘리트들의 탐욕과 중동지역의 끊임없는 전쟁이라는 자승자박으로 인해 계속해서 약화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17조6000억달러로 17조4000억달러의 미국을 제칠 전망이다. 물론 중국 인구가 4배 넘게 많기 때문에 1인당 GDP는 여전히 1만2900달러로 5만4700달러인 미국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중국의 부상은 복귀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중국은 1889년 미국에 추월당하기 전까지는 세계 어떤 나라보다 (구매력 평가(PPP)기준으로) 가장 잘사는 나라였다.
125년이 지난 지금, 수십년간의 급속한 경제개발 덕에 순위는 다시 뒤집혔다.

경제적 힘이 커지면서 지정학적 영향력도 커졌다. 중국 지도자들은 세계 곳곳에서 환대받고 있다. 많은 유럽 국가들이 중국을 성장 강화의 주요인으로 보고 있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꼭 필요한 새 성장 파트너, 특히 사회기간망(인프라 스트럭처)과 사업개발에 필수불가결한 파트너로 보고 있다.

중남미 경제정책 담당자들과 재계 지도자들은 최소한 미국과 같은 등급으로 중국을 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한동안의 긴장을 뒤로하고 관계개선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고, 심지어 러시아도 최근 중국으로 '기울어' 에너지와 교통을 포함해 많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차대전 후 미국처럼 중국은 전 세계 국가들과 강한 경제, 인프라 연결을 위해 진짜 돈-그것도 많은 돈을 풀고 있다. 이는 상대국이 자국의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중국의 경제적·지정학적 리더십을 공고히 하도록 만들어준다.

중국이 주도하는 이니셔티브들은 엄청나다. 지난 1년 동안에만 중국은 국제 교역과 금융에서 자국의 역할을 크게 확대하도록 해주는 네 가지 주요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러시아,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신개발은행(NDB)을 상하이에 설립하기로 했다. 베이징에 들어설 신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아시아지역 인프라(무엇보다 도로, 전력, 철도) 프로젝트 자본조달을 지원하게 된다. 신 실크로드는 중국을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유럽과 철도·고속도로·전력·광통신 및 기타 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시키게 된다. 또 신 21세기 해양실크로드는 동아시아와 인도양의 해상교역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

이 모든 다양한 이니셔티브는 앞으로 10년간 수천억달러 투자를 끌어들이는 지렛대 역할을 해 각 교역상대국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한편 이들이 중국과 생산·교역·금융에서 더 깊숙이 연관되도록 할 것이다.

이 계획들이 성공하거나 원만히 진행되리란 보장은 없다. 중국은 점증하는 높은 소득불평등, 엄청난 대기·수질오염, 저탄소경제로의 전환 필요성, 미국과 유럽을 휩쓸었던 금융시장 불안을 포함해 커다란 내부 압력에 직면해 있다. 또 중국이 이웃 국가들에 지나치게 호전적이 되면-해저석유에 대한 권리 요구나 해양영토 분쟁 같은-심각한 외교적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그 누구도 수년 뒤 중국과 순항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렇지만 중국이 경제적으로, 지정학적으로 부상하는 바로 이때 미국이 경제적·기술적·지정학적 이점들을 낭비할 수 있을 만큼 모두 낭비하고 있다는 것은 경악할 일이다. 미 정치 시스템은 부유한 엘리트들의 탐욕에 포로가 됐다. 이들의 협소한 목표는 기업과 개인의 세율을 낮추고 자신들의 막대한 부를 최대화하며, 국제 경제개발에서 미국의 건설적인 지도력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이들의 미 대외원조 비판은 중국이 개발금융에서 신 글로벌 리더가 되도록 하는 문을 열어줬다.

설상가상 중국이 지정학적 힘을 기르는 동안 미국의 유일한 외교정책은 체계적으로 멈추지도 않고, 열매도 없는 중동전쟁에 매달리고 있다. 미국은 한때 베트남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원과 에너지를 시리아와 이라크에 끊임없이 쏟아버리고 있다.
그러는 동안 중국은 외국의 군사적 충돌에 말려들지 않은 채 경제적 이니셔티브로 윈윈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은 중국 지도자들이 인프라, 청정에너지, 공중보건, 기타 국제적 우선순위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는 한 세계 웰빙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이 중국과 함께 건설적인 지도력을 계속 갖춘다면 세계는 더 좋아질 것이다.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 소장

정리=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