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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민간 출신 금융협회장들 어깨가 무겁다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12 17:09

수정 2014.12.12 17:09

[여의도에서] 민간 출신 금융협회장들 어깨가 무겁다

처음에는 불안했다.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선임 과정에서 일부 잡음이 있었던 협회장도 있었다. 하지만 임명 후에 별 다른 잡음은 들리지 않는다. 금융권 주요 협회 협회장 인사 얘기다.

금융권의 주요 협회장 자리가 모두 민간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는 중이다.
올해 8월 손해보험협회 회장을 시작으로 지난달 은행연합회장, 최근 생명보험협회 회장 선임까지 그랬다. 내년 1월 금융투자협회 새 회장도 민간인사가 차지한다면 금융권 주요 협회 수장들 가운데 '관피아'는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이 같은 변화는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신선함을 불러일으키기보다 우려를 뒤따르게 했다. 최근까지도 협회장 자리는 당연히 관료 출신이 차지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 관행탓이다. 관 출신 인사가 전문성이나 대관업무에서 민간 인사보다 나을 것이라는 이유도 작용했다.

민간 출신 협회장들에 대한 우려는 우려로 끝나는 모습이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말이다. 물론 평가를 내리기에 성급한 면도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들에게는 과제가 있어서다. 취임 100일을 훌쩍 넘긴 장남식 손보협회장도, 아직 한달이 안된 하영구 은행연합회장도, 갓 취임한 이수창 생보협회장 모두 그렇다.

손보업계는 사회안전망 기능 강화라는 책무는 물론, 자동차보험 경영환경 개선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보험소비자에게 기존의 연금저축과 건강보험뿐만 아니라 노후를 위해 필요한 보험상품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생보업계의 경우 악화되는 경영환경 극복과 고령화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력 확보가 급선무다. 이수창 생보협회장이 취임 당시 밝혔던 것처럼 말이다. 저출산·고령화시대에 생명보험 역할을 확대시켜야 하고 재무건전성 제도 강화에도 대처해야 한다.

은행권도 저금리 시대에 따른 수익성 약화와 후진성 극복 등 현안이 쌓여있다. 다른 산업군과 달리 국내 금융업계를 사실상 대표하는 은행권의 경쟁력은 아직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최근에 새로 임명된 민간 출신 협회장들이 그동안 민간에서 쌓았던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아낌없이 발휘해야 하는 이유다. 이런 산적한 숙제를 해결해야 그동안 민간 출신 인사들에 대한 우려들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협회장이 관 출신인지 민간 출신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게 증명될 것이다.

아울러 관피아가 떠난 자리를 전문성도 경험도 없는 '정피아'가 차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최근 정치권의 금융권 개입은 갈수록 심해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민간 출신 협회장들의 어깨는 절대 가볍지 않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이 떠오른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중국 인민을 잘 살게 하면 그것이 제일이라는 의미다. 금융권 주요 협회장 자리는 물론, 금융권 인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금융권 협회장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출신 아닌 능력이다.

때문에 다시 한번 민간 출신 협회장들이 그런 능력은 민간 출신 인사들에게도 있음을 보여주길 당부한다.
물론, 정부가 금융권 협회장 인사를 포함한 모든 인사가 능력이 뛰어난 인물로 채워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하는 것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ck7024@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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