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루블화 폭락에 글로벌 車 업체 대응 전략 '각양각색'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19 13:49

수정 2014.12.19 13:49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러시아 루블화 폭락' 대응 전략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GM 등 일부 글로벌 업체들은 판매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둔 반면 현대차와 BMW는 신시장 개척 등 온건한 방법을 내놨다. 또 도요타, 폭스바겐 등은 루블화 하락세에 맞춰 판매 가격을 올리는 방식을 취할 예정이다.

19일 외신에 따르면 아우디는 16일(현지시간)을 기점으로 러시아 현지에 자동차 공급을 중단했다. 루블화 폭락으로 '차를 팔수록 손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31만8000여대의 자동차를 판매한 GM 역시 선적 중단을 선언했다.
최근 GM은 딜러사들에게 "사업상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판매를 일시 중단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판매 재개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또 재규어 랜드로버도 '최근의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19일(현지시간)까지 판매를 중단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러시아 법인에 전달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이같은 대응에는 러시아 경제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러시아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 공포로 사재기에 나서는 등 이상징후를 보이자 자동차 업계가 '더이상 헐값에 제품을 팔지 않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실제로 현지 재력가들은 루블화 가치가 향후 더 떨어질 것에 대비해 포르쉐 등 고가 차량을 사재기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시장 개척등 비교적 여유로운 대책을 내놓은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우리나라 현대기아차, 쌍용차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러시아 자동차 판매실적이 작년 동기대비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4%, 2% 감소했다. 다만, 같은 기간 러시아 전체 자동차 판매대수(222만대)가 작년대비 11.6%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 판매 차량은 대부분 현지(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만들어 환율 영향을 덜 받지만 원화 환산 이익 감소와 부품 가격 상승 등으로 채산성이 악화됐다"면서 "현지 생산·판매망을 재점검하고 러시아 외 지역으로 판로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의 3분의 1을 러시아에서 올렸던 쌍용차 역시 비슷한 전략을 취했다. 쌍용차의 러시아 수출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작년 동기대비 30% 이상 줄었다.

쌍용차 관계자는 "방글라데시 등 16개국에 새 판매 채널을 구축해서 러시아에서 빠진 실적을 보완할 계획"이라면서 "내년 티볼리 등 주력 모델을 앞세워 신흥 시장 개척에 본격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BMW는 루블화 폭락으로 4·4분기 실적에 최소 1억2300만달러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BMW는 러시아 경제 위기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주력시장을 내년 봄 다른 나라로 옮길 계획이다.

루블화 가치가 떨어진만큼 판매가격을 올려 손해를 줄이려는 곳도 있다. 폭스바겐과 도요타가 대표적이다. 양사 모두 '조만간 새로운 가격을 책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러시아의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 판매가격 인상 카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표시 가격을 올려 루블화 가치 하락폭을 만회하려면 판매가를 10%이상 올려야한다.
2000만원 짜리 자동차를 사양 변화도 없이 200만원이상 비싸게 판다면 소비자들의 저항심리가 클 것"이라면서 "현대기아차나 BMW의 경우 현지 시장에서 올해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낸만큼 공급 중단 등 과격한 조치보다는 장기적인 시장 확대 전략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전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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