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월드리포트] 부시 vs. 클린턴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19 17:23

수정 2014.12.19 17:23

[월드리포트] 부시 vs. 클린턴

한국 정치판에서 '앙숙' 관계가 있듯 미국 워싱턴에서도 서로 코드가 다른 숙적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 예가 부시 가문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가족이다.

지난 1992년 당시 재선에 도전했던 조지 H W 부시 미국 대통령(41대 대통령)이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에게 패하자 부시의 부인 바버라 여사는 "못난 사람(lesser man)이 선거에서 이겼다"며 클린턴을 비하했다.

부시의 아들인 조지 W 부시(43대 대통령)가 훗날 대선에 도전하게 된 이유도 클린턴에 패한 아버지의 굴욕을 설욕하기 위해서라는 말도 있다.

물론 삼국지를 읽은 사람들이면 다 알겠지만 오늘의 적은 내일의 동지가 될 수 있는 법이다.

클린턴과 아버지 부시는 지난 2004년 쓰나미로 엄청난 피해를 본 동남아시아 지역을 돕기 위해 서로간의 감정을 접고 '부시 클린턴 펀드'를 만든다.


그후 두 사람은 뉴올리언스와 텍사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 피해 복구를 위해서도 함께 힘을 합치며 관계를 개선했다.

아들 부시 역시 지난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발생 당시 아이티 구호활동 지원 및 모금을 위해 손을 잡았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현재 클린턴 대통령과 부시 가문의 관계는 1992년 선거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아버지 부시는 클린턴을 마치 아들처럼 생각한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바버라 부시 여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빌 클린턴의 정치적 성향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의 인간미는 상당히 좋아한다"며 12년 전에 비해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 와중에 43대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2016년 대선 출마를 강하게 시사했다.

부시 전 주지사는 최근 페이스북에 "가족과 대화하고 또 미국이 요구하는 새로운 리더십에 대해 심사숙고한 끝에 대선 출마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며 "미국이 현재 직면한 가장 중대한 도전에 대해 미 전역의 시민과 대화하는 기구인 리더십 정치활동위원회(PAC)를 내년 1월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치활동위원회는 선거자금을 모을 수 있는 창구로, 정계에서는 위원회 발족을 대선 캠페인의 첫 단계로 여긴다.

부시 전 주지사의 측근들은 내년 초 대선 출마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정계와 언론에서 부시 전 주지사의 대선 출마를 관심 있게 바라보는 것은 부시 가문의 세 번째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클린턴의 부인이자 미 연방상원의원, 국무장관을 거친 힐러리와의 대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민주당 내에서 가장 유력한 2016년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고 있다.

힐러리의 대선행을 부추기고 있는 가장 큰 후원자는 다름 아닌 그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다.

'힐러리의 진실(Truth about Hillary)'의 저자인 에드워드 클라인은 "클린턴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도 힐러리에게 '오바마와 맞붙으면 당신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며 아내의 출마를 강력히 권장했다"며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힐러리의 대통령 선출을 원하는 사람은 빌 클린턴이라고 전했다.

비록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젭 부시와 힐러리 클린턴의 '외나무다리 대결'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두 사람이 공화당과 민주당에서 차지하는 인지도가 크기 때문이다.

공화당 입장에서는 8년 만에 백악관을 탈환하기 위한 후보로는 젭 부시가 그 누구보다 적합하다.


반면 민주당 측 입장에서 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잃은 민심을 공화당에 고스란히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는 힐러리를 후보로 선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마치 앙숙에서 의형제 사이로 바뀐 클린턴과 부시 가문이 2016년 대선 때 다시 맞붙는다면 서로 어떤 표정을 할지 궁금해진다.
2016년 11월. 여러 모로 의미 있고 재미있을 것 같다.

jjung72@fnnews.com 정지원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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