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 임원 2천명 내년 임금 동결, '실적 악화' 타기업으로 확산되나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19 20:43

수정 2014.12.19 20:43

리먼 사태 이후 5년 만에 재계 '가이드라인' 역할

올 한 해 실적이 고꾸라진 대기업들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재계 선두 삼성그룹이 내년도 임원 임금을 전액 동결키로 한 데 이어 다른 대기업들도 위기의식을 전사가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급여 동결에 나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주요 계열사 실적 악화에 따라 2000여명에 달하는 전 계열사 임원의 내년 임금을 동결키로 했다. 이는 문책과 그룹 내부적으로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은 이 같은 내용을 이미 각 계열사 임원들에게 전자우편으로 개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올해 실적도 부진했고 내년에도 여건이 만만치 않은 만큼 임원들이 앞장서 위기극복 의지를 다지자는 차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임금을 동결한 것은 지난 2009년 '리먼 사태'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당시 삼성은 일부 임원의 임금을 삭감하고 일반 직원의 임금은 동결했다. 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 삼성전자는 지난 3.4분기 실적이 매출 47조4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7%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도 4조6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0.5%나 줄었다.

삼성전자의 매출 감소는 다른 계열사로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삼성전자 매출 의존 비중이 높은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는 1년 새 영업이익이 각각 94%와 83% 감소했고, 삼성전기도 3.4분기 영업손실 691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올해 실적이 부진한 다른 대기업들도 최근 임단협을 타결하면서 자발적으로 임금을 동결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삼성, 한화, 교보생명 등 소위 빅3로 불리는 보험사들이 최근 마무리된 임금협상에서 올해 임금을 동결하는 데 합의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계 실적도 좋지 않고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내년에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사측과 직원들이 고통을 함께 분담하자는 의미로 동결에 합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 7월 타결된 2014년 임단협에서 직원들은 10%, 임원들은 15% 임금을 자진반납하기로 했다.

재계에서는 대내외적인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데다 재계 1위인 삼성이 임원 임금을 동결하면서 나머지 그룹들도 인상은 어려울 것이란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임원 보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하면 다른 그룹들도 따라가는 게 통상적"이라며 "어차피, 내년 경기전망이나 기업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동차업계의 경우 임금동결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최근 유가가 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국내 완성차 1위 업체인 현대자동차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006년 한 차례 과장급 이상 직원들에 대한 임금을 동결한 바 있다. 당시에는 환율의 급격한 하락에 유가 급등까지 겹치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이 원인이었다.
현재까지 완성차 업계에선 임금 동결 업체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김성환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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