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대형주 주가·국제유가 급락에 안전상품서 위험상품으로.. ELS·DLS의 배신.. 투자자 패닉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21 17:12

수정 2014.12.21 21:21

불패신화 무너지는 ELS.. 현대차 등 기초자산 주가 기준가보다 40∼50% 빠져 일부 상품 원금 날릴 판
원유에 발등 찍힌 DLS.. 유가 반년새 40%넘게 ↓ 189개종목 손실구간 진입 WTI 50弗땐 385종 손실


1. 몇 해 전 사모형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한 중견기업 임원 이모씨(51)는 요즘 잠이 안 온다. 기초자산 종목 주가가 기준가보다 50% 넘게 하락하지 않는 한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라는 프라이빗뱅커(PB)의 설명을 믿고 투자했다가 원금을 통째로 날릴 처지에 놓여서다.

2. 서울 강남에서 큰손으로 알려진 박모씨(58)도 원자재 관련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했다가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북해산 브렌트 원유 등 기초 자산이 곤두박질 치고 있어 그동안 불렸던 돈을 한꺼번에 날릴 판이다.

주식시장 파생결합상품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ELS나 DLS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던 투자자들이 주가 급락과 유가 속락으로 투자원금을 날릴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등 대형 상장주식 주가가 급락하면서 일부 ELS가 녹인(Knock-in·원금손실가능구간)에 근접했거나 이미 손실이 난 상태다. 또 유가 등 원자재 가격도 급락하면서 파생결합증권도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ELS나 DLS는 주가나 상품 가격이 발행 당시의 50~70% 수준으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안정성을 지향하는 투자자들이 선호해온 상품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LS는 상품구조 특성상 전문적이고 보수적인 투자자의 비중이 높다"며 "지수 하락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손실 구간 진입 종목이 늘어나 주식, 채권 등 전체 자본시장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가 하락으로 주식형 ELS 급감

대형주 주가가 급락하면서 큰손들의 ELS 투자 불패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9150호, 삼성증권 9152호, 한국투자증권 아임유 4054호 등 현대차가 기초자산인 ELS 상품의 경우 현대차 주가가 기준가 대비 40% 이상 빠지면서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만기 때까지 현대차 주가가 녹인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사실상 종목형 ELS는 발행이 중단된 상태"라며 "지난달 삼성전자 기초자산 활용액이 49억원밖에 안되는 등 지수형으로의 쏠림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월 4조7244억원에 달했던 ELS 발행금액은 지난 9월 8조3324억원을 정점으로 10월 6조9749억원, 11월 6조5938억원으로 내리막길이다. 12월 현재는 4조789억원을 기록 중이다.

■원자재 불패? DLS도 휘청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최근 내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5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모간스탠리도 브렌트유가 내년 평균 53달러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유가가 50달러로 떨어질 경우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원유 DLS는 385종, 약 7575억원 규모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원금 손실 조건이 공개된 463종, 약 9824억원의 원유 DLS 가운데 77.1%다.

여름까지만 해도 원유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됐지만 유가가 불과 몇 달 새 40% 이상 떨어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242개 종목의 공모 DLS 가운데 189개 종목이 지난 19일까지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실이 발생한 DLS의 발행금액은 3103억원, 지난 주말 WTI 가격(54.11달러) 기준으로 손실 금액은 약 1444억원으로 추정된다. 북해산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의 발행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의 손실 금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 공모한 '현대 에이블 209'와 '현대 에이블 210'은 한 달여 만에 손실이 예상된다. 두 상품은 WTI 기준가 77달러 수준에서 발행됐지만 최초가격의 75% 이상일 때만 원금 보장이 되도록 설계돼 있다.


달러 강세로 원유뿐만 아니라 금이나 은 같은 원자재 가격도 최근 급속히 하락하면서 이와 관련한 DLS도 대다수가 손실 구간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km@fnnews.com 김경민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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