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모라토리엄 우려 나오는 러시아 분위기는 "백화점 등 사람 넘쳐나 러 국민들은 아직 덤덤"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21 17:24

수정 2014.12.21 17:24

푸틴 호소에 국민들 결속.. 루블 추락에 해외행 자제

'백화점 등 유통가에는 사람들로 (아직)넘쳐나고 있다. 다만 인접국가로 여행하는 사람은 줄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례 기자회견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선언한 이후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우려까지 됐던 러시아 현지 분위기는 진정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KOTRA 모스크바 무역관 관계자는 21일 "루블화 가치 추락으로 소비심리가 경색될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 달리 백화점 등 유통가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4·4분기 매출이 다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사재기'는 극히 일부분이고 대부분 정상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스크바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김원일씨(전 모스크바 한인협회장)는 "한국 언론에서 묘사하는 '사재기'는 극히 이례적인 것이어서 적절치 못한 표현"이라면서 "다만 루블화 가치가 떨어져 수입화장품 등은 향후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판단에서 평소보다 조금 더 구입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소비심리는 아직 건재하지만 일부 이상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연말부터 이듬해 연초(1월 10일쯤)까지 이어지는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에 인접국가로 여행 가는 사람이 많은데 그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KOTRA 모스크바 무역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이 기간에 모스크바 시내에 인파가 확연히 줄었는데 올해는 사람들로 넘쳐난다"면서 "환율 하락으로 해외여행을 가지 않고 사람은 늘어난 거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간) 열린 푸틴의 기자회견은 러시아 국민들을 다독이는 데 큰 작용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회견에서 푸틴은 러시아가 경제위기라는 점을 인정하고 2년 내에 극복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뚜렷한 대책이 제시되진 않았지만 '강한 대통령'의 면모를 과시한 덕에 러시아 국민들을 다시 한번 결속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을 지켜봤다는 김원일씨는 "과거의 통제되고 경직된 분위기가 아니라 '즉문즉설' 방식으로 기자들이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분위기에서 기자회견이 이뤄졌다"면서 "푸틴의 여유로우면서도 확고한 모습이 국민들에게 안도감을 줬고 현지에선 '잘 해결되겠지'라는 낙관론이 퍼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언론과 지식층에서는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러시아 국민들이 사회적으로 급변을 겪어온 역사가 많은 터라 이번 일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최근 몇 년간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국인들이 급격하게 줄어 현재는 거의 대기업만 남은 상태"라면서 "현재 러시아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이들도 20~30년 러시아에서 일을 해온 구력이 있어 버티는 것이지 매우 힘들어한다"고 밝혔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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