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딴 세상' 국회어린이집

김영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21 17:28

수정 2014.12.21 21:35

모든 교사 정규직으로 구성

늦은 시간까지 아이 맡겨도 교사 눈치보지 않아도 돼

여야 전쟁터로 불리는 국회 안에도 '신성한 구역'이 있다. '국회어린이집'이다. 대한민국 정치 1번지인 국회 안에 있다는 '프리미엄'과 높은 '교육 퀄리티', 여기에 학부모의 '영향력'이 잘 통한다는 점에서 국회어린이집은 자타공인 인기 '1순위'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오는 3월 신입 원생 대기자를 받는 국회어린이집에 대한 의원 및 국회 직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 곳곳에선 벌써부터 '광클(미칠 광(狂)자와 영어 단어 클릭(Click)이 결합한 말로 '미치도록 빠르게 클릭한다'는 뜻)'을 준비하는 모습도 보인다.

국회어린이집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무엇보다 교육의 질이 좋다는 데 있다.

어린이집 교사들의 처우가 사회적으로 문제시되는 데 반해 국회어린이집 교사들은 모두 정규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교사도 충분히 확보돼 있어 다른 어린이집처럼 교사가 잡무까지 할 필요가 없다. 자연스레 아이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는 셈이다.

커리큘럼도 뛰어나다. 현재 국회어린이집은 유아교육 부문에서 유명하다는 이화여자대학교와 중앙대학교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국회의장발(發)로 원아들에게 지급되는 선물 또한 학부모 및 아이들 입장에선 하나의 작은 '특혜'로 여겨진다.

다른 어린이집과 달리 학부모와 원생이 소위 '갑'의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게 한 몫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어린이집에 배정할 예산을 국회가 쥐고 있는 데다 위탁업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국회에서 손쉽게 갈아치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한 보좌관은 "다른 어린이집은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맡겨야 하는 학부모가 어린이집 선생님의 눈치를 봐야 하지만 국회어린이집은 예산과 위탁업체 선정권을 국회가 쥐고있기 때문에 밤 늦게까지 아이를 보내도 전혀 눈치보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국회어린이집도 다른 직장 어린이집과 마찬가지로 국회에서 근무하는 사람에게만 아이를 입학시킬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반대로 국회를 떠나게 되면 더 이상 아이를 맡길 수 없게 된다. 이같은 이유로 일부 전직 보좌진 중엔 자신의 아이를 계속 국회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다른 의원실에 인턴으로 이름만 등록하는 식의 '꼼수'를 부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국회어린이집의 인기가 워낙 높다보니 국회는 적체된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제3어린이집을 신축했다. 국회는 2013예산안을 짤 당시 제3어린이집 신축건으로 총 25억63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에 반해 국·공립어린이집의 신축예산은 연간 20억원에도 못미친다는 비판이 일어 국회는 한동안 "일반 시민이 사용하는 국·공립어린이집 예산엔 인색하면서 상대적으로 국회 직원과 보좌관들에겐 통 큰 혜택을 제공한다"는 여론에 시달린 바 있다.

김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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