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데스크 칼럼] '땅콩 회항'이 기업에 던지는 교훈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21 18:05

수정 2014.12.21 18:05

[데스크 칼럼] '땅콩 회항'이 기업에 던지는 교훈

요즘 대한항공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한다. '전직 대한항공 직원'이라는 이름으로 쏟아지고 있는 각종 인터뷰가 '청와대 정윤회 문건'과 겹쳐지면서 '있을 때 잘해주자'는 생각이 든다.

'제왕적이고 가부장적' 조직문화가 이번 '땅콩 회항' 사건을 불러온 원인이라는 언론의 지적에 '나도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닐까' 되짚어보기도 한다.

사실 조직문화는 일부 외국인 기업을 빼고는 대부분 대한항공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상명하달식 명령에 'No'라고 말할 수 없는 기업문화는 한국 기업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문제다.

우리나라 기업이 이런 고질적인 문제점을 하루아침에 고치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일이 터지고 난 뒤 위기대응 및 수습방법에 따라 이후 결과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올 들어 이를 잘 증명해주는 사례가 있다. 지난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당시로 거슬러올라가 보자.

이 사고는 17일 오후 9시15분께 일어났는데,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18일 0시16분 과천 코오롱 본사에 사고대책본부를 세우고, 오전 6시에 경주 현장을 방문해 직접 '엎드려 사죄하고,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룹 오너가 직접 나서 전광석화와 같이 사고를 수습해 나갔다. 지난 10월 성남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 역시 이데일리는 신속하게 피해자 보상을 마무리하는 등 사태를 진정시켰다.

이에 비해 글로벌 항공사라는 대한항공의 대처능력은 중소기업만도 못했다. 대한항공은 언론에 보도된 뒤 15시간이 지나서야 보도자료 한 장을 내놨다. 보도자료 내용 역시 사과문 형식이었지만 내용은 사무장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어서 더욱 화를 키웠다.

이후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보직사퇴를 발표했으나 무늬만 사퇴라는 비난을 자초했고, 급기야는 조양호 회장까지 나서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또 이 과정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의 증거인멸 시도까지 밝혀지면서 구속 위기에 처하게 됐다.

총 39개국 114개 도시에 취항하고, 항공기 147대를 보유한 국제적인 항공사의 위기대응 능력인지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다.

이번 '땅콩 회항' 사건은 기업의 위기대응 능력과 대국민 홍보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케 했다. 특히 한국적 조직문화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예전에 한 외국은행 임원은 "한국기업은 꼭 군대와 같다. 오너가 시키면 토를 달지 않고 무조건 '예스'라고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고, 지금도 이것 때문에 대내외적인 커뮤니케이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땅콩 회항' 사건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은 조직문화를 한번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오너와 최고경영자(CEO), 임원,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소통은 이뤄지고 있는지, 인간적인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는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

이는 비단 기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정부와 국회 등 정치권은 물론이고 가정도 해당된다. 그동안 소통과 신뢰 문제로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렀는가.

shin@fnnews.com 신홍범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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