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어둠 속 희망을 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22 17:24

수정 2014.12.22 21:51

대형 뮤지컬 여전히 강세.. 박효신 티켓파워 과시
창작뮤지컬도 대형화.. '그날들' 10위권 내 진입
서태지 등 90년대 스타들 컴백 콘서트시장도 활기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세월호 참사와 장기화된 내수 침체에 올해 공연계도 아팠다. 전국민적 애도 속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공연이 취소됐고 뮤지컬 '스위니 토드'나 '두 도시 이야기'와 같이 제작사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무대에 오르지 못한 공연도 생겨났다. 이를 반영하듯 인터파크 티켓 연간 결산에 따르면 전체 공연시장 티켓 판매액은 전년대비 1.5% 소폭 상승했지만 늘어난 공급에 비하면 성장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전체 공연 시장의 88.7%를 차지하는 뮤지컬과 콘서트 부문에서는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대형 라이선스 작품이 지배했던 뮤지컬판에는 창작의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90년대 가수들의 컴백은 위축됐던 콘서트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22일 티켓 예매사이트 인터파크, 예스24 등의 분석에 따르면 올 한해 공연계는 창작 초연 뮤지컬 증가와 컴백 스타 콘서트의 활황으로 요약된다.
'위키드' '캣츠' '지킬 앤 하이드' 등 물 건너온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프랑켄슈타인' '보이첵' '더데빌' 같은 대형 창작 뮤지컬들이 첫선을 보이며 국내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서태지, 지오디(g.o.d) 등 90년대 스타가수들의 연이은 컴백과 동시에 열린 콘서트들은 침체됐던 콘서트 시장을 빠르게 회복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뮤지컬 '그날들'
뮤지컬 '그날들'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을 보다

대형 뮤지컬의 강세는 여전했지만 소형 뮤지컬로 점철됐던 창작 뮤지컬계에 대형 창작 뮤지컬이 등장하며 국내 창작뮤지컬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소재의 소형 창작 뮤지컬이 다수 소개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 2010년 초연 이후 네번째 무대에 오른 '모차르트'는 새롭게 떠오른 흥행배우 박효신을 앞세워 인터파크 연간 판매 순위 1위에 올랐다. 뮤지컬 '엘리자벳' 이후 두번째 뮤지컬에 출연한 박효신은 이 작품으로 가창력은 물론 티켓파워까지 입증하며 존재감을 확실히 했다. 박혜나라는 숨은 보석을 발견한 뮤지컬 '위키드'도 1년에 가까운 장기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모차르트'의 뒤를 이었다.

창작뮤지컬로 유일하게 10위권에 진입한 작품은 '그날들' 뿐이었지만 흥행 성적을 떠나 유독 많은 창작뮤지컬이 초연된 점은 특기할 만하다. 개관 10주년 기념으로 충무아트홀이 자체 제작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8만명이 넘는 누적 관객, 마지막달 평균 객석점유율 95%를 기록해 창작뮤지컬로는 이례적인 흥행을 거뒀다. 세계 최초로 게오르그 뷔히너의 희곡을 뮤지컬로 옮긴 '보이첵'은 시작부터 세계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돼 의미있는 시작을 알렸고, 일본에 판권을 수출하기도 한 '셜록흠즈:앤더슨가의 비밀'의 두번째 시즌인 '셜록홈즈:블러디 게임'도 큰 인기를 끌었다. 예스24의 연간 뮤지컬 판매순위 10위권에 랭크된 '살리에르' '빈센트 반 고흐'도 창작 초연 뮤지컬이다. 순위를 집계한 예스24 측은 "대형 뮤지컬 속에서 중·소극장 규모의 창작뮤지컬이 많은 힘을 얻은 한해였다"며 "'트레이스유'와 함께 두 초연작은 특히 뮤지컬 마니아들 사이에서 재관람율이 높아 판매 순위도 높았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풀하우스' '비스티보이즈' '뿌리깊은 나무' 등 각각 만화, 영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소형 뮤지컬도 다수 소개됐다.

서태지 컴백 콘서트
서태지 컴백 콘서트


■지갑 열게 만든 90년대 오빠들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가장 컸던 건 콘서트 시장이었다. 전국민적 추모 분위기 속에서 예정된 콘서트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판매액이 크게 감소한 것. 인터파크에서 판매된 공연을 기준으로 올해 콘서트 판매액은 1643억원. 지난해 대비 약 5% 감소했다. 다만 지난해 판매량이 2012년 대비 30% 증가했고 올해 콘서트 수가 지난해와 비슷하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3·4분기에 상당부분 만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파크티켓 김선경 팀장은 "상반기까지 위축됐던 콘서트 시장이 4·4분기에 들어서면서 전년 동기 대비 70억원 이상 증가해 지난해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등공신은 서태지, 지오디와 같은 90년대 스타들의 컴백 콘서트였다. 5명 '완전체'로 돌아온 지오디는 지난 7월 15주년 기념 리유니언 콘서트를 열었다. 서울 공연은 물론 지방 공연과 앙코르 공연까지 매진시켰다. 예스24의 연간 콘서트 판매 순위에는 지오디의 콘서트가 10위권에 네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예스24 관계자는 "올해 콘서트 시장 핫 키워드는 단연 지오디였다"며 "예스24에서 올해 가장 많은 티켓을 판 가수도 지오디였다"고 말했다.
10월에는 서태지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유부남에 아빠가 돼 돌아온 만큼 5년만에 9집 앨범을 들고 돌아온 그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웠다.
이 밖에도 플라이투더스카이, 쿨과 같이 오랜만에 컴백한 가수들이 팬들의 발걸음을 공연장으로 이끌면서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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