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2014 자본시장 결산] (5) 채권 시장, ‘BBB급 회사채’ 초저금리 시대에 인기 폭발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22 17:46

수정 2014.12.22 21:30

기업들 자금조달 꺼렸지만 기준금리 두차례 인하에 금리 높은 BBB급 수요 ↑

전체 크레딧물 12兆로 ↓ 시장 '물건 구하기' 어려워 올 외국인 영향력은 여전


[2014 자본시장 결산] (5) 채권 시장, ‘BBB급 회사채’ 초저금리 시대에 인기 폭발

'웅진사태' 이후 양극화된 회사채시장은 올 한해 기업 및 등급 간 차별화 양상을 보였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가 안갯속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투자 재원)을 미룬채 몸을 사렸다. 다만 유통시장에서는 기업공개(IPO)와 수급 불균형 등의 영향으로 비우량 등급으로 통하는 BBB급 회사채의 인기가 치솟았다.

국내 채권시장의 큰 손인 외국인은 여전히 왕성한 식욕을 자랑했다.

■자금 조달 꺼리는 기업들

22일 금융투자업계와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올해 30개기업집단 가운데 채권발행이 있는 21개 그룹의 회사채발행 총 발행액은 28조3284억원, 순발행액은 2조453억원으로 나타났다.

회사채발행 잔액은 118조633억원으로 지난해 116조180억원 보다 2% 늘었다.



포스코(전년대비 발행잔액 증가율 3%), 현대중공업(314%), GS(1%), 대우조선해양(15%), 대림(10%), OCI(4%) 등과 같은 기업진단의 회사채 발행이 늘었다. 이들은 건설.조선.철강.운송.화학 업종에 속한 대기업들로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현금흐름이 막힌 곳들이다.

반면 재무개선약정그룹은 부채관리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진그룹의 회사채 발행잔액이 전년 대비 17%나 감소한 5조4931억원으로 나타났다. 재무구조 개선이 한창인 동부는 전년 2조2150억원에 달하던 발행잔액이 23%나 감소한 1조7118억원으로 줄었다. 현대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도 각각 14%, 9% 줄어든 2조6901억원, 1조3820억원이었다.

등급 간 양극화도 나타났다.

지난 11월 기준 A급의 경우 2.72배의 수요가 몰렸다. LG이노텍(A+), 한독(A-), 지역난방공사(AAA), 휴비스(A-), GS이앤알 등은 금리밴드 하단 이하에서 금리가 결정됐다. 반면 한화(A-)와 대한항공(A-), 폴라리스쉬핑 등은 수요 미달이 발생했다.

종적을 감췄던 BBB급 회사채 발행도 다시 늘었다.

지난 3·4분기 공모와 사모를 합해 3054억원이 발행돼 전분기(1688억원) 대비 발행량이 2배 가량 늘었다. 동양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9월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BBB급 이하 회사들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았다. 올해 들어 두 차례 이어진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시장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내려가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BBB급 채권에 대한 기관 투자 수요가 몰린 것이다. 기업공개(IPO)시장이 살아난 영향도 있다.

대기업들에 대한 신용등급 평가도 깐깐해졌다. 빠르면 2015년 초 독자신용등급(Stand-alone rating) 공시제도 도입을 앞두고 신용평가사의 평가 잣대가 엄격해지기 시작한 것.

신평사들은 부인하지만 '등급 장사'의 민낯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등급 강등에 나서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신용평가가 자체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63%가 최종 신용등급과 독자신용등급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나머지 29%는 1단계, 4%는 2단계, 1%는 3단계 등급이 떨어졌다. 반면 3%는 오히려 등급이 1~2단계 오를 전망이다.

■사고 싶어도 못산다?

올해 채권시장에서는 '물건 구하기'가 힘들다는 말이 회자됐다.

일부 MBS와 은행채 발행이 늘었지만 지난해 연평균 50조원 이상 순발행이 이뤄졌던 전체 크레딧물(국채를 제외한 채권)은 12조원으로 감소했다.

KDB대우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기관별 채권잔고가 이전에 비해 줄어든 것은 수요보다는 공급요인이 더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 김기명 연구원은 "내년에도 공급물량이 제한적인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영향력도 여전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1월 외국인의 국내 상장채권 순투자액은 4920억원으로 석 달 연속 순유입세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액은 100조4800억원으로 지난해 8월 이후 15개월 만에 100조원이 넘었다.

이는 국내 전체 상장채권의 6.9%에 해당하는 규모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액은 지난해 6월 사상 최초로 100조원을 돌파한 뒤 7월 103조원까지 늘었지만 이후 감소세로 반전해 9월부터 100조원 미만으로 줄어든 뒤 등락을 거듭해 왔다.


하나대투증권 이미선 연구원은 "한국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단기투자자금은 유출되고 있지만 한국에 대한 재평가로 공공성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 자금의 질은 더 높아졌다"며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로부터의 장기투자 자금유입은 자금유출 변동성을 일부 완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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