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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칼럼] 금연, 자기최면을 걸어라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24 17:39

수정 2014.12.24 17:39

1월 말고 12월에 끊어라.. '안 피운다'는 생각이 중요

[정훈식 칼럼] 금연, 자기최면을 걸어라

담배를 끊은 지 이달로 딱 4년이 됐다. 아니 안 피운 기간이다. 담배를 피울 때만 해도 하루 한 갑, 술자리에 앉으면 두 갑을 넘길 정도의 '체인스모커'였다. 아무래도 좀 지나치다는 생각에 2010년 12월 어느 날 담배를 안 피우겠다고 생각했고 지금은 담배와 인연을 끊었다. 군 제대하고 대학에 복학하면서 흡연을 시작했으니 거의 30년 만의 금연이다.

이 기간을 줄곧 흡연한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에 길게 1년, 짧게는 3∼6개월을 수차례에 걸쳐 담배를 끊었다. 그러나 그땐 평상시에만 담배를 안 피우는 정도였다. 술자리에선 버릇처럼 손에 궐련이 들려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렇게 흡연과 금연을 반복하다가 이번엔 진짜로 담배를 끊었다. 주변에서 그런다. 금연에 성공했다는 걸 자신할 수 있느냐고. 그러면 금연이 아니라 담배를 안 피웠고 앞으로도 안 피울 것이라고 답한다. 지금까지 4년 동안 어떤 자리에서건 어떤 상황에서든 담배를 한 모금도 피우지 않았다고 하면 이 말에 조금은 공감한다.

바야흐로 '금연의 시즌'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은 누구나 새해를 맞으면서 소망을 빌고 자신과 약속도 한다. 흡연자들에게 자신과의 약속 1순위는 바로 금연일 게다. 특히나 내년부터는 담뱃값이 2000원이나 오르고 담배 피울 곳도 크게 줄어든다. 그래서 새해에는 금연을 선언하는 흡연자들이 예년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야 어떻든 흡연자들은 새해 첫날부터 성공을 자신하며 기세등등 금연에 나선다. 그러고는 아뿔싸 대부분 작심삼일이다. 6개월 후면 거의 대부분이 자신과의 약속을 저버린 채 거리낌 없이 담배를 입에 문다. 내년에 다시 기회가 온다고 위안 삼으면서.

이쯤에서 금연 성공 비결을 나누고자 한다. 계획을 세웠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금연에 대한 생각이다. 담배를 끊는다기보다 안 피우겠다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끊는 거나 안 피우는 거나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끊는다는 건 건강 문제 등 외부의 충격이나 압력에 의해 피동적으로 행하는 경우다. 그런 만큼 실행을 위해 금연 프로그램이나 약물치료 등 외적인 힘에 의존한다. 이런 경우 자신의 의지력이 약하기 때문에 성공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안 피우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의지다. 그러니 외부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냥 하루하루 안 피우다 보면 한 달이 지나고 1년이 지나고 수년이 흘러간다. 결국 담배와 영원히 이별하게 된다.

금연 타이밍도 중요하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대부분 금연 시기를 새해 첫날로 잡는다. 그런데 필자는 중간에 금연을 시도한 경우나 최종적으로 금연한 경우 모두 12월, 그것도 중순 이후쯤이다. '자기최면'을 위해서다.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안 피우고 있으면 주변에서 '담배 끊었느냐'고 묻는다. 끊었다고 하면 '끊은 지 얼마나 됐느냐'는 물음이 돌아온다. 여기서 두번째 질문인 '끊은 지 얼마나 됐느냐', 즉 금연 시기와 기간이 바로 체크포인트.

마침 오늘은 크리스마스다. 당장 담배를 끊어 보자. 그리고 새해 1월 4일에 친구와 만났다고 하자. 실제로 친구를 만난 날은 금연한 지 열흘 만이다. 여기서 친구가 '담배 끊은 지 얼마 됐느냐'고 물으면 의도적으로 "햇수로 2년째"라고 답한다. 금연한 지 한 해가 지났으니 2년째라는 건 틀린 말이 아니다. 더 구체적으로 물으면 다음 답변은 "달수로는 두 달째"라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이렇게 반복적으로 얘기하다 보면 본인 스스로 정말로 금연한 지 오래됐다고 인식하고 성취감을 얻는다. 바로 자기최면이다.


터무니없는 궤변이라고 해도 좋다. 이렇게 해서 한 사람이라도 금연에 성공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대만족이다.
금연이 정말로 간절한데 이것저것 다 해봐도 안되는 흡연자라면 지금 당장 이 방법을 써볼 만하다. 그렇게 했는데도 아니면 말고….

poongnu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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