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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칼럼] 우버 논쟁, 끝까지 가보자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29 16:39

수정 2014.12.29 16:39

신기술과 기존 체제의 충돌.. 처벌만으론 문제 해결 안돼

[이재훈 칼럼] 우버 논쟁, 끝까지 가보자

차량공유서비스업체 우버의 창업자 트레비스 캘러닉이 한국에서 범법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검찰이 최근 그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불법 콜택시 영업 혐의로 기소했기 때문이다. 우버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은 적은 많지만 유상운송 혐의로 형사기소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우버에 대한 반작용은 우리나라가 유난히 강하다.

서울시는 우버택시 신고에 100만원의 포상금을 내걸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우버와 대립각을 세워온 서울택시조합은 다음카카오와 손잡고 내년 1·4분기에 우버와 비슷한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시행하기로 했다.
'공유경제'의 대표주자인 우버가 이 땅에서 끝나고 마는 것일까.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처벌하면 모든 게 해결될까. 사안이 그렇게 간단할 리가 없다. 우버를 바라보는 시각은 극과 극이다. 한쪽에서는 불법 영업으로 기존 택시산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약탈자라고 비판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정보기술(IT)혁신이 탄생시킨 새로운 서비스라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신기술의 등장으로 인한 '창조적 파괴' 행위를 기존 법·제도의 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비등하다.

200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택시를 못잡아 발을 동동 구르던 캘러닉이 고안해낸 우버앱은 5년 만에 50개국 200여 도시에 확산됐다. 기존 택시에 없는 편리함과 차원높은 서비스에 소비자들이 매료된 것이다. 우버 이용자의 90%가 서비스에 만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그러나 택시운전 면허가 없는 운전자가 자가용 승용차 또는 렌터카로 영업을 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돈을 받지 않는 카풀이라면 모를까 영업 행위를 한다면 면허를 가진 택시기사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것도 사실이다. 면허의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

바로 이런 점이 공유경제의 허상인지도 모른다. 공유경제의 쌍두마차로 불리는 숙박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의 경우도 우버와 비슷한 논란에 휘말려 있다. 허가 받지 않고 시설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며 세금도 안내면서 숙박업을 한다는 것이다.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나눠 써서 자원활용을 극대화하자는 것이 공유경제의 취지다. 여기에 이익추구가 개입되면 그 취지가 퇴색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공유경제의 주창자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우버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각 지역의 운전기사들이 협동조합을 꾸리면 우버보다 싸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우버 운전자 신분이 불확실하고 보험처리가 어려워 안전하지 못하다는 지적은 그 다음 문제다.

세계 어느 나라나 택시는 면허사업이다. 그럼에도 면허없이 사업을 하는 우버에 대한 각국의 대응은 제각각이다. 우버를 합법으로 인정한 나라들은 기존 법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업태·서비스로 받아들이려 한다. 프랑스 법원은 최근 우버를 합법화하면서 "우버 운전자는 일반 택시와 달리 한번 승객을 태우고 나면 반드시 차고로 돌아가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기술혁신으로 새로운 상품·서비스가 나오면 기존 법체계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세의 변화에는 반발보다 적응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순리다. 우버 옹호론자들은 흔히 19세기 영국의 러다이트(기계파괴)운동과 증기자동차 규제법안인 '적기 조례'를 예로 든다. 신기술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한 방직노동자와 마부들의 반발은 처참한 실패로 귀결됐다.

물론 우버의 신기술이 그만큼 혁신적인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IT의 진화로 기존 산업의 영역을 파괴하는 신기술은 앞으로 우후죽순처럼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우버를 막는다고 다가 아니다. 우버와 닮은 차량공유앱은 물론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모바일서비스가 지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당국은 그때마다 단속하고 처벌할 수 있을까. 그러다가 기술혁신에 뒤처진 나라가 되지는 않을까. 새로운 서비스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난다면 이를 막을 방도가 없다.


우버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내 진지한 논쟁을 벌여야 한다. 그리고 우버같은 기술혁신을 어디까지 인정하고 얼마나 수용할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좋겠다.
법·제도는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만큼 이런 과정을 거쳐 정비할 필요가 있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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